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 "칠레와인의 정상 등극…150년 도전정신이 뿌리"

입력 2019-10-29 18:06   수정 2019-10-30 03:32

와인업계에는 ‘혁명’으로 불리는 두 사건이 있다. 하나는 1976년 파리의 심판. 전 세계가 프랑스 와인에 열광하던 당시 미국 와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유럽 와인을 제쳤다. 다른 하나는 2004년 칠레의 에라주리즈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이 프랑스 최고급 그랑크뤼 와인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린 ‘베를린 테이스팅’이다. 나라별 최고급 와인이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는데, 에라주리즈 와인이 1, 2위를 차지했다.

베를린 테이스팅을 기획했던 ‘칠레 와인계의 영웅’ 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60·사진)을 29일 서울 소공동에서 만났다. 그는 1983년 에라주리즈에 합류해 3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칠레와인협회장을 지낸 채드윅 회장은 “칠레는 포도 재배의 천국이자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라며 “가장 전문적이고 빠르고, 또 확실한 방법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칠레 와인의 명성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에라주리즈는 와이너리를 시작한 가문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가문은 칠레 대통령 네 명과 대주교 두 명을 배출해 ‘칠레의 케네디가’로 불린다. 채드윅 회장은 와이너리를 설립한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의 5대손이다.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는 1870년 칠레 중북부 아콩카과 밸리에 와이너리를 세웠다. 정적이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으로부터 마이포밸리 지역의 땅을 몰수당한 뒤 새로운 와인 경작지를 찾아 나섰다가 우연히 발견한 땅이었다.

이곳은 안데스산맥의 눈이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이 태평양 해안과 만나는 중간에 있다. 아콩카과에서 돈 막시미아노는 칠레 최초로 프랑스 포도 품종을 심어 칠레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키워냈다.

채드윅 회장은 “창업자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5년 칠레 와인 최초로 로버트 몬다비 가문과 합작한 와인 ‘세냐’를 만들고, 베를린 테이스팅을 주도적으로 기획한 것도 에라주리즈의 철학과 전통을 잇기 위해서였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시인과 소설가들을 배출했으면서도 변방의 나라로 여겨졌던 칠레의 와인을 세계에 알려야 할 사명이 있었다”며 “파리의 심판을 주도했던 스티븐 스퍼리어를 찾아가 베를린 테이스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채드윅 회장의 합류 이후 칠레 와인산업에는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프랑스의 최대 와인 도매상들이 에라주리즈 와인을 사들였고, 로버트 파커 등 유명 평론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칠레의 젊은 와인 생산자들은 요즘 프리미엄 와인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에라주리즈 와이너리 창립 150주년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와인을 생산하기에 완벽한 기후였다”고 평가했다.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와 ‘라스 피자라스 피노 누아’ 등은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급스러운 향과 맛을 자랑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한국 방문에 맞춰 창업자의 이름을 딴 ‘돈 막시미아노’의 150주년 기념 와인도 국내 출시됐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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