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툭 하면 비난 여론…'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

입력 2019-10-31 17:04   수정 2019-11-01 00:45

“이번주 보고 싶은 영화: ‘블랙피쉬’. 조심해요, 씨월드. 우리는 당신들이 어떤 짓을 해왔는지 알고 있어요.”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가 트위터에 이 글을 올린 것은 2013년 7월. 그때만 해도 30달러가 넘던 씨월드의 주가는 1년도 채 안 돼 반토막 났다. 씨월드는 미국 5개 주에 12개의 해양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회사다. ‘블랙피쉬’는 한 쌍둥이 엄마가 씨월드의 범고래 공연 중 공격을 받아 사망한 조련사의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다. 씨월드가 범고래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파헤친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서면서 입소문을 탔고,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씨월드의 안전 관리 감독에 나섰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와 후버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에이미 제가트가 함께 쓴 <정치가 던지는 위험>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오늘날의 정치적 위험’에 대해 쓴 책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라이스 전 장관이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었다. 강의의 느낌을 살려 각 장마다 핵심요소를 별도로 정리해 위험 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정치적 위험’은 단순히 독재자가 기업을 몰아붙이고 의회가 산업을 규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책은 여전히 정치권력이 중요한 요인이지만 더 이상 ‘유일한 결정자’는 아님을 강조한다. 기업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는 특정인 및 특정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비자단체들이 불매운동을 이끌고, 테러단체가 기업들의 사이트 해킹에 나서기도 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소셜미디어가 시장에 일으키는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직의 내부 갈등과 부패, 사이버 위협도 정치적 위험의 요소들이다. 저자들은 “한 세대 전과 달리 21세기의 정치적 위험은 예전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며 “비즈니스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가 길거리와 가정, 채팅방과 회의실, 술집 모든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예측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이런 사회적 위험을 기업이 잘 ‘관리’해야만 생존 가능한 시대가 됐음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아이티 대지진 현장 인근에 크루즈유람선을 정박시켜 비난을 받았던 로열캐리비언은 재난 현장에 구호품을 전달했음을 발 빠르게 알려 상황을 반전시켰다. 약품에 투입된 독극물로 위기에 처했던 타이레놀은 빠른 진상 공개와 과감한 대처로 신뢰를 높였다.

반면 사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폭스뉴스와 우버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경영 위기로까지 이어졌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의 위험을 간과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의 현장이 됐다. 저자들이 꼽는 효율적인 조직의 세 가지 공통점도 결국은 갑작스러운 정치적 위험에 대한 대처와 맞닿아 있다. 정치적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체계적으로 그 위험에 접근하며 상부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이다.

책은 기업들이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 신호들의 의미와 어떤 대응 절차 및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어떤 입장에서도 정치적 위험을 감당해낼 수 있도록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준비가 잘 돼 있다면 정치적 위험이 정확히 어디에서 오는지 알 필요가 없다”며 “위험을 이해하고 완화하며 대응하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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