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아웃도어 시장'…소비자들이 등 돌리는 이유

입력 2019-11-03 08:38   수정 2019-11-03 08:55

"2017년 이맘때 18만원을 주고 등산용 재킷을 샀다. 점원에게 '세일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점원은 '이 제품은 잘 나가서 재고가 안 남는다. 지금 안 사면 아예 못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약 8만원에 같은 재킷을 팔고 있더라. 배신감이 든다."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아웃도어 용품을 둘러보다 빈손으로 매장을 떠난 조혁기 씨(45)는 아웃도어 의류 가격 정책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재킷, 셔츠, 바지 등 의류를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소비자가 아웃도어 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네파, 블랙야크, 아이더,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상위 10여 개 아웃도어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7년 대비 3~5% 감소했다. 네파(3728억원·-3.7%)·블랙야크(3863억원·-3.6%)·아이더(2489억원·-3.6%)·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1조456억원·-4.7%) 등이 대표적이다.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 LF는 지난달 28일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이다. 매장은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철수할 예정이다.

침체기에 들어선 아웃도어 패션 시장이 회복되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웃도어 의류는 일상복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가 불황일 때 소비자들이 대표적으로 지출을 줄일만한 항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한번 침체기에 접어선 이상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기보다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시장은 갑자기 커지면서 마케팅 경쟁이 굉장히 심해졌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탑모델을 경쟁적으로 쓰다 보니 마케팅 비용이 높아졌고, 가격 거품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거품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아웃도어 의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진짜 수요가 있는 사람들만 아웃 찾는 안정화된 시장이 된 것이다. 아웃도어 의류에 전문성이 있는 브랜드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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