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4조 ISD 정부 대리로펌으로 율촌 낙점…국제중재 '존재감' 보였다

입력 2019-11-01 13:40   수정 2019-11-04 13:46

론스타 사건 다음으로 큰 4조4000억원 규모(청구액 기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할 로펌으로 법무법인 율촌이 선정됐다. 정부 대리를 맡으면 최상급 트랙 레코드(자문 실적)를 쌓을 수 있는 데다 최소 수백억원의 자문료 수입이 예상되기 때문에 로펌들은 지난 한달간 수임 경쟁에 총력전을 펼쳤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버자야 ISD사건의 정부 법률자문용역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율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7일 버자야 ISD대응 로펌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김앤장법률사무소 광장 율촌 세종 화우 지평 대륙아주 등 7곳에 발송했다.

로펌 선정은 소속 변호사의 국제중재 역량과 조직의 ISD 대응력을 평가하는 기술능력평가 80%, 입찰 가격평가 20%를 반영해 결정한다. 버자야그룹은 자사 한국 법인인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제주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에 투자했는데 대법원의 사업무효 판결로 중단돼 재산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7월 4조4000억원 규모의 ISD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2012년 제기된 5조3000억원 규모 론스타 ISD 이후 가장 큰 규모의 ISD다.

국제중재업계에 따르면 기술능력평가에서 율촌과 김앤장은 우열을 쉽게 가리기 힘든 박빙의 대결을 펼쳤다. 율촌은 기술능력에서 소숫점의 근소한 차이로 김앤장을 앞섰고, 입찰가격면에서도 앞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변별력이 가장 큰 기술능력평가 점수는 율촌 김앤장 세종 광장 지평 대륙아주 등 순을 기록했다. 율촌과 함께 정부를 자문할 외국계 로펌으로는 영국계 알렌앤오버리(Allen & Overy)가 선정됐다.

국제중재업계에선 그동안 외국기업을 주로 대리해온 김앤장이 정부 대리 로펌 경쟁에 뛰어들어, 차순위로 오른 것 자체를 이변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현재 진행중인 ISD에서 정부 대리 로펌은 론스타, 쉰들러의 경우 법무법인 태평양, 엘리엇, 메이슨, 게일은 광장, 다야니는 율촌 등이 맡았다. 국제중재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외국기업만 대리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향후 ISD사건에서 정부 대리를 맡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오래전부터 버자야 ISD 수임전에서 율촌이 다크호스로 꼽혔다. 광장의 경우 경쟁력이 있지만 이미 엘리엇, 메이슨, 게일 등 사건을 맡아 법무부가 일감을 또 주기 눈치가 보이고, ISD 경험이 많은 세종도 과거 론스타를 대리해 부담스러워 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정부로서는 김앤장 율촌 등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율촌은 4조4000억원 규모의 버자야 ISD를 수임함에 따라 국제중재업계에서 입지가 커지게 됐다. ISD에서 정부를 2번(다야니, 버자야) 대리하게 된 것이다. 국내 로펌 중 정부 대리를 가장 많이 따낸 곳은 엘리엇, 메이슨, 게일 등 ISD를 수임한 광장이다. 율촌은 최근 다야니 사건 패소와 ISD조직을 이끌던 김세연 변호사의 김앤장 이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신속한 전문가 수혈로 국제중재 경쟁력을 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율촌은 지난해 영입한 백윤재 변호사(사법연수원 14기)가 국제중재팀 수장이다. 백 변호사는 국제중재실무회 부회장, 서울국제중재센터 감사 출신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주요 투자협정 협상 당시 법무부 국제법무과에 근무했던 이형근 변호사(34기),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으로 활약해온 안정혜 변호사(35기) 등이 주축이다.

한국인로는 최초로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상사중재원과 카자흐스탄 국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활약한 이화준 러시아변호사도 있다. 최근엔 법무부 국제형사과 근무 경험이 있는 ‘특수통’, ‘국제형사통’ 검사 출신 이영상 변호사(29기)를 내부 형사팀에서 영입해 ISD 대응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율촌은 세계 최대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솔루션 개발사 사이의 라이선스 계약 관련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에서 국내 공기업을 대리한 경험이 있다. 방글라데시 소재 발전소 건설 공사 중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일본 가스터빈 제작업체와의 보험금 지급 분쟁에서도 국내 대형 보험사를 대리했고, 원전 안전설비 공급계약 관련 분쟁에서도 국내 공기업을 대리해 프랑스 원전 설비업체와 중재를 벌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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