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영화제로 특화…강릉을 칸처럼 만들겠다"

입력 2019-11-06 17:13   수정 2019-11-07 00:31


“세계적인 영화제들은 대부분 바다를 낀 도시에서 열립니다. 휴양을 겸한 중소 도시가 대도시보다 국제영화제에 더 적합하고요. 강릉을 프랑스 칸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처럼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육성하고 싶습니다.”

8~14일 강릉아트센터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경포해변 등에서 열리는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를 이끄는 김동호 조직위원장(82)은 6일 “강릉이 본래 문향으로 불렸던 것에 비춰 문학영화제를 하면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진흥공사 사장과 예술의전당 사장, 문화부 차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해 22년간 집행위원장과 이사장 등을 맡아 아시아 최대영화제로 키워낸 주역이다. 그동안 전 세계 약 100개 영화제를 다니며 세계 영화인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런 화려한 경력에 주목한 김한근 강릉시장은 그를 올해 처음 열리는 강릉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에 위촉했다.

“강릉은 경관이 아름답고, 미세먼지도 없는 청정지역입니다. KTX 강릉선 개통으로 당일 관광객은 늘었지만 숙박객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숙박시설은 늘었는데 말이죠. 영화제를 개최하면 2~3일 정도 숙박할 수 있는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도시경쟁력이 살아난 대표적 모델로 칸과 로테르담을 꼽았다. 칸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로테르담도 1971년부터 국제영화제를 연 이후 도시활성화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강릉에 촬영시설을 늘려 촬영 중심의 문화도시로 진화시키고 싶습니다. 올해에는 단편영화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장편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올해 강릉영화제는 시와 정부 예산 18억원 및 기업들로부터 협찬받은 7억원 등 총 25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치러진다. 엿새 동안 30개국의 73편을 초청해 상영한다. 고전영화와 현대영화를 절반씩 선보인다.

“영화와 문학을 키워드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안개’ ‘삼포 가는 길’ 등 1960∼1970년대 한국 문예영화 특별전을 마련했어요. 최인호 작가의 원작소설로 만든 영화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등 일곱 편도 상영하고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음악가 밥 딜런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 ‘익스팬디드: 딜러니스크’도 선보입니다. 문학영화의 전통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축제 기간 중에 시인 정호승, 장석남, 동화작가 양연주, 소설가 김도연을 초청해 관객들과의 만남의 자리도 마련한다. 개막식 다음날에는 연극인 박정자와 윤석화 등이 참여하는 영화음악 콘서트를 펼친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등 대표작 일곱 편도 상영한다. 히로카즈 감독이 현장에서 팬들과 만난다.

“강릉영화제의 최대 경쟁력은 각국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많이 모이는 마당이 되는 데 있습니다. 매년 영화제 개최 경험을 공유하는 포럼을 열려고 합니다. 올해에는 토론토·도쿄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12~13명을 초청하고, 내년부터 40~50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각국 집행위원장들을 통해 강릉의 아름다움과 한국 영화를 널리 소개하면 강릉이 국내외 영화의 촬영지로 각광받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고령에도 매년 여러 국제영화제들을 다니고 있다. 2017년에는 20여 곳, 지난해에는 영화제 관련 공식 직함이 없었지만 일곱 곳의 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 꾸준히 참석할 것”이라며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을 담당하는 해외컨설턴트들의 역할도 늘려 강릉국제영화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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