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가을의 불청객' 우울증…하루 30분 햇빛 보는 산책이 특효약

입력 2019-11-08 10:59   수정 2019-11-09 00:34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우울감, 무기력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공허함이 커지고 어느새 한 해가 가고 있다는 사실에 쓸쓸함까지 느낀다. 대개 가을 탄다고 하는 이런 증상은 계절이 시작될 때 잠깐 심리적 동요를 일으켰다가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정신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을이면 환자가 늘어나는 계절성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이 있어도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가을철 무기력증의 원인인 우울증과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해 알아봤다.

우울증 환자, 봄·겨울보다 가을에 늘어

가을에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가을마다 이런 우울증이 지속된다면 계절성 정동장애(우울증)를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9~11월) 우울증으로 국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만2100명이다. 봄(88만933명), 겨울(83만3941명)보다 많았다.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절성 정동장애의 원인은 일조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조량이 부족하면 몸의 활력이 떨어지고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것은 몸속 호르몬 때문이다. 일조량이 갑자기 변하면 멜라토닌 호르몬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멜라토닌은 수면주기와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해가 지면 분비가 늘어나 잠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해가 짧아지면서 멜라토닌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균형이 깨지면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다. 진정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잠이 쏟아지고 우울감도 심해진다. 이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이나 겨울에 주로 생긴다. 일조량이 적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환자가 많다.

계절성 우울증이 생기면 일반적인 우울증과 비슷하게 우울감과 무기력증 등을 호소한다. 하지만 수면패턴이나 식습관 등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불면증, 식욕감퇴를 주로 호소하지만 계절성 우울증이 있으면 식욕이 늘고 잠이 많아진다. 서 교수는 “해가 짧아지는 가을부터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드는 반면 멜라토닌 분비량은 늘어난다”며 “멜라토닌이 늘면 잠이 많아지고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식욕이 늘어 기존 우울증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볕 좋은 날 산책, 가을 우울증 치료약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이 좋다. 매일 30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뇌 속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돼 계절성 우울증을 막는 데 도움된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기분을 조절해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주로 위장관에서 만들어진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이 형성된다. 가만히 햇볕을 쬐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산책하면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더 도움된다.

계절성 우울증이 의심된다고 모두 치료받아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서 교수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기분이 바뀌는 것은 많은 사람이 겪는 증상 중 하나”라며 “기분을 살펴 1개월 넘게 증상이 지속됐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전에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는 환자가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한다면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거나 알코올 의존 증상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계절성 우울증이 심한 사람 중에는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진 사람이 많다. 이때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하는 사람은 광치료(light therapy)가 도움된다. 일정 시간 기계를 통해 빛을 쬐는 치료법이다. 실내광보다 20배 밝지만 자외선이 차단된 빛을 내는 기계 앞에서 매일 아침 20~60분 정도 빛을 쬐는 방식이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 자는 양을 제한하는 수면박탈 치료도 우울증 때문에 망가진 수면 사이클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 도움된다.

극심한 피로감 느낀다면 만성피로 증후군

활동하기 좋은 가을철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면 만성피로 증후군일 가능성도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는 피로감, 근육통, 기억력이나 집중력 장애, 관절통, 두통 등을 호소하는 만성질환이다.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고 이 때문에 직장생활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아이들은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일도 흔하다. 사회활동이나 개인활동을 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박주현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 중 2~5% 정도가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진단된다”고 했다.

주관적 증상인 피로감은 계량하기 어렵다. 만성피로 증후군도 진찰이나 검사로 결과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극심한 피로감 때문에 갑상샘 검사, 간 검사, 류머티즘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아봐도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특별한 원인 없이 극심한 피로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증상이 6개월 넘게 지속될 때 진단한다.

만성 피로감과 함께 단기 기억이 떨어지고 집중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인후통,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두통 등을 호소한다. 아무리 푹 쉬고 잠을 자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잠이 늘고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기운이 없다거나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의 신체 변화도 생긴다.

항우울제 복용 치료도 필요

만성피로 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감염성 질환, 면역체계 이상, 내분비 대사 이상, 극심한 스트레스, 일과성 외상이나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피로 증후군 진단을 받으면 항우울증제와 부신피질 호르몬제 등을 복용하는 치료를 한다. 인지 행동 치료를 하면서 피로에 대한 잘못된 생각 등을 고치기도 한다. 운동 치료도 한다. 박 교수는 “피로를 유발하는 의학적 원인 질환은 감염, 내분비 질환, 대사 질환, 간 질환, 류머티즘 질환, 혈액 질환, 악성 종양 등”이라며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적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원인 때문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이를 찾는 것이 좋다.

만성피로를 예방하려면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몸속 호르몬 시스템을 깨뜨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도 키워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정서적, 신체적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만드는 것도 도움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주현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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