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부동산 시장 '정조준'…매매 이어 전세금도 출처 조사

입력 2019-11-12 17:20   수정 2019-11-13 01:37

국세청이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고가 아파트 구입자뿐만 아니라 고액 전세계약자를 대상으로도 집중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권 중심의 부동산 과열 분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주저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국세청은 소명하기 어려운 돈으로 고가 아파트·오피스텔을 취득했거나 고급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224명을 선별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12일 발표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 부모·배우자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은 30대 이하 젊은 층이 집중 검증 대상이다. 서울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경기 과천 등 최근 부동산값이 크게 오른 지역 거주자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자는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 과세정보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정보,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는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종합해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등의 고가 아파트 취득자 △고액 전세입자 △다운계약서 작성자 △기획부동산 업체 등이다.

유형별로 보면 30대 이하 사회초년생으로 본인 자산이 거의 없지만 몰래 증여받은 돈으로 서울·지방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했거나 전세로 살고 있는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에게 증여한 금액이 10년 동안 총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을 넘으면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이들은 법을 어기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20대 사회초년생인 A씨는 월급 외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기업체 대표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돈으로 고가 주택과 땅을 사들였다. 증여세와 소득세 신고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한 국세청은 A씨 아버지에게 수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주택 두 채를 소유한 세 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아버지가 아이 명의 계좌로 현금을 보낸 뒤 주택을 사들이고 세입자들에게 돌려줄 임대보증금은 할아버지가 내줬다. 이 과정에서도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부동산 취득 자금이 기업에서 유출됐을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하고, 친인척 간 자금 흐름을 별도로 추적하기로 했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자산을 편법으로 대물림하면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주기 때문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며 “기업 자금을 사적으로 유출하는 등 조세포탈 행위에 대해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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