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네이버 라인·야후재팬 통합이 시너지 내려면

입력 2019-11-20 17:59   수정 2019-11-21 00:24

필자는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제84회 세계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경영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바라본 디지털 비즈니스의 글로벌화: 아워게임의 실패와 라인의 성공 비교’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워게임은 네이버가 2004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라인은 네이버가 2000년부터 일본에 진출한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이다. 2011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성공시킴으로써 비로소 일본과 아시아 인터넷 시장에 한국 기업이 제대로 진출하게 된 사례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과 게임 포털 한게임의 시너지를 통해 국내에서 경험한 성공을 중국 시장에 적용하기 위해 2004년 당시 중국 게임 포털 1위 아워게임을 인수했다. 그러나 중국 직원과 한국인 임직원 간 언어 소통과 문화 차이, 제품 현지화 등에서 마찰을 빚으며 결국 실패했다. 아워게임을 이긴 회사가 현재 세계 10대 기업 안에 들 정도로 성장한 텐센트다.

네이버는 그러나 중국 시장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일본 시장 문을 두드렸다. 검색 포털 라이브도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장기인 검색 서비스를 일본 시장에서 두 번이나 철수하는 좌절을 겪었지만, 결국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는 소프트뱅크와 지분을 50%씩 소유하는 합작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 검색 포털 1위 야후재팬과 모바일 메신저 1위 라인 지분을 100% 소유하는 구조의 경영통합을 성사시켰다.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합병하는 것이고, 미국으로 치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합병하는 것에 비견할 만하다.

네이버는 아워게임의 실패를 거울삼았다. 일본에서 라인을 만들 때 CEO를 일본인으로 앉히고 대다수 임원도 일본인으로 구성했다. 다국적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발팀도 꾸렸다. 처음에는 일본인이 입사를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다국적팀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 덕에 재능 있는 외국인이 더 많이 입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동남아시아 등지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인은 친밀한 인간관계를 더 중요시하게 됐다. 개방적인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약한 연결 네트워크’인 페이스북보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끼리 소통하는 ‘강한 연결 네트워크’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선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이모티콘과 애니메이션 스티커 등 일본인과 아시아인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급성장했다. 회사 조직 구성과 서비스에 경영커뮤니케이션적인 요소를 고려한 것이 성공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한국에서는 포털 회사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회사 카카오가 합병해 다음카카오를 거쳐 카카오가 됐다. 모바일 메신저가 검색 포털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인 데다 한국 시장에서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2위이므로 모바일 메신저 1위 서비스 카카오를 중심으로 합병하는 결과가 됐다. 일본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야후는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잃었고 야후재팬만이 일본 검색 포털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을 경영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어떻게 진단하고 설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전을 설파하는 구루 스타일 경영자 손정의와 ‘은둔의 전략가’ 이해진이 만났다. 둘 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손정의는 한국에서만 손정의고 세계 첨단산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본 최고, 세계 최고 경영자 손 마사요시다. 이해진은 한국 사람들도 볼 기회가 없는, 세계적으로는 무명 사업가인데 세계 시장에서 쉴 새 없이 도전하는 실행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경영과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의 합작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언할 것인가?

제86회 세계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가 2021년 6월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린다.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와 10년도 안 된 한국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 끝에 서울 개최가 결정됐다. 경영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다. 바야흐로 경영과 커뮤니케이션의 융합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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