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없는 중증 대동맥 판막협착증도 관찰만 하는 것보다 조기 수술이 낫다"

입력 2019-11-22 14:31   수정 2019-11-23 00:37

증상이 없는 중증 대동맥 판막협착증도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해야 치료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세계 심장학계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논쟁을 벌여온 난제에 한국 의사가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아산병원은 강덕현 심장내과 교수(사진)가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이런 내용의 연구 논문을 실었다고 22일 밝혔다. 강 교수는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로 논문을 집필했다. NEJM은 세계 최고 의과학학술지로 꼽힌다. 강 교수가 NEJM에 논문을 게재한 것은 2012년 심내막염 조기수술과 약물치료 효과를 분석한 논문에 이어 두 번째다.

강 교수가 NEJM에 발표한 논문은 증상이 없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라도 증상이 없다고 관찰만 하는 것보다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낫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세계 심장분야 의사들도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치료법이 불분명해 논쟁과 고민을 거듭했던 난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심장판막 질환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 만성질환이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표준치료법은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세 명 중 한 명은 증상이 없다. 심장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데 지금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돼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관찰하다가 증상이 생기면 대동맥판막을 바꾸는 수술을 받도록 권장했다. 중증이라도 증상이 없으면 관찰하는 것이 나은지, 수술하는 것이 나은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강 교수팀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판막 입구 면적이 0.75㎠ 이하로 좁아져 중증이지만 증상이 없는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45명을 추적관찰했다. 경과를 관찰하는 보존치료만 한 72명과 진단 2개월 안에 조기 수술을 받은 73명의 사망률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2개월 내에 적극적으로 조기 수술을 받은 환자는 1차 평가 기준인 수술 사망률이나 심혈관 사망률이 1.4%로 나타났다. 보존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사망률이 15.3%였다. 평균 6년 사망률을 분석했더니 조기수술군은 6.8%, 보존치료군은 20.8%였다.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며 보존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사망률이 월등히 높았다. 보존치료 환자군은 진단을 받은 지 4년 안에 급사할 확률이 4.2%, 8년 내 급사 확률은 14.2%로 비교적 높았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판막 입구 면적이 0.75㎠ 이하로 좁아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는 보존적 치료보다 2개월 내 조기 수술을 하는 것이 사망률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 ‘세계적인 임상 연구(Late Breaking Clinical Trial)’로 선정됐다. 현장에서도 세계 의학자들의 관심과 문의가 쇄도했다. 연구 결과가 실린 NEJM의 피인용지수는 72.258로 의료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학술지다. 강 교수의 논문이 NEJM에 등재되면서 서울아산병원 심장질환 분야 연구 역량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다. 2000년 이후 NEJM에 등재된 논문 중 국내 연구자가 교신저자인 논문은 열 편인데 이 중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의료진이 참여한 논문이 일곱 편이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다섯 편의 연구 논문에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강 교수는 두 편에 이름을 올렸다.

강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간과하지 말고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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