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2020년이 왔다

입력 2019-11-28 18:53   수정 2019-11-29 10:20

한 달이 지나면 또 해가 바뀐다. 1990년대만 해도 먼 훗날 같이 느껴지던 그때가 코앞에 왔다. 2020년이다.

삼성 현대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비전 2020’을 요란스럽게 세웠던 기억이 어제만 같다. 개인들도 성공을 완성하는 시절쯤으로 2020년에 희망을 걸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와버렸다. 오늘까지 귀사의, 그리고 당신의 성적표는 어떤가.

21세기가 시작되던 시점은 경제사적으로는 저성장 시대 개막으로 요약할 수 있다. 1800년대 1차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던 세계 경제가 공급과잉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수요가 좀체 늘지 않은 데 비해 공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은 떨어졌다. 성장의 불도 식어갔다.

돌파구 안보일 땐 벤처적 접근을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성장’을 화두로 혁신과 기술투자에 몰두했던 때도 이즈음이다. 그리고 10년에 또 10년이 흘렀다. 어떻게 저성장 탈출의 계기를 잡았느냐에 따라 나라마다, 기업마다 명암이 갈렸다. 특히 스마트폰 등장에 따른 모바일과 이에 기반한 소셜미디어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최고의 성과를 낸 나라는 단연 미국이었다. 미국은 두 가지 혁명적 혁신을 이뤄냈다. 애플 아이폰을 만들어낸 미국은 스마트폰의 종주국이다. 발견된 지 200년 가까이 됐지만 못 뽑아내던 셰일가스를 미국은 수직·수평채굴법을 개발함으로써 산업화했다.

우리나라의 20년 성적표는 초라하다. 선진국을 따라 하면 되던 ‘재빠른 추격자’ 전략이 종언을 고했지만, 그렇다고 ‘선도적 혁신가’의 위치에는 오르지 못했다. 모방 전문 조직이 창조하는 기업문화를 갖기가 그만큼 어려웠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 기업이 분전했지만 이 역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 시대 우리의 장점들을 허무하게 잃어버렸다. 기업가 정신과 근로 의욕이다. 한때 한국 기업가들은 교도소에서도 새 사업 계획을 세운다는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어느 사이 ‘아직도 기업 하십니까’라는 비아냥을 스스로들 한다.

비전은 북극성…다시 세워야

젊은 창업가들은 기득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의 규제에 속절없이 실패했다. 거기다 주 52시간 근로제 같은 제도가 너무 빨리 도입되면서 근로 의욕은 과거의 유물로 변했다. 부자를 꿈꾸는 사업가, 일해서 돈을 모으려는 직장인이 줄어든 곳에 새로운 부는 창출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선망의 직장이 되고, 마음 편한 아르바이트를 차선쯤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2020년을 코앞에 둔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더 문제는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몇 세계적 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수출로 살아온 나라로서 자유무역이 위협받는 현실이 더 두려워진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보편화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시대는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지 알기 어렵다. 이럴 때 돌파구는 ‘벤처적’인 데 있다. 무엇이 주류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이 저질러야 한다. 생각해보면 ‘퍼스트 무버’는 작은 기업도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미 한류와 웹툰 등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개별 화장품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다시 성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역전의 기회가 있다.

새로운 2030, 또는 2040 비전을 세우고 다시 구두끈을 매야 할 시기다. 피터 드러커 말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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