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에 파사석탑·가야금까지…'철의 왕국' 가야 520년 힘과 조화

입력 2019-12-02 17:59   수정 2019-12-03 03:04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관에 들어서자 고대가요 ‘구지가(龜旨歌)’ 노랫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지가는 가락국 시조인 수로왕(首露王)의 강림신화 가운데 곁들여 전하는 신화에 삽입된 가요로 고대국가 ‘가야’의 시작을 알린다. ‘구지가’ 신화에서 비롯된 ‘가야’는 여러 가야 국가가 ‘공존’이란 방식으로 함께 어우러져 500여 년간 역사로서 살아남았다.

신비한 고대왕국 가야를 재조명하는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이 3일 막을 올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8년 만에 여는 가야 특별전이다. 고대 한반도 남부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와 520여 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했지만 삼국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가야사를 재인식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31개 기관이 출품한 가야문화재 26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야는 가락국(금관가야), 아라국(아라가야), 가라국(대가야), 고자국(소가야), 비사벌국(비화가야), 다라국 등으로 흩어져 살아 온 나라다. 전시 제목인 ‘가야본성(加耶本性)’은 ‘공존’과 ‘화합’이란 가야의 존재방식을 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새로 찾아낸 고고학적 조사 성과와 유물을 바탕으로 가야가 독자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나라끼리 서로 공존하고 화합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시는 가야 존재방식인 ‘공존’을 먼저 설명하고 수백 년간 공존을 지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소개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1부 ‘공존’ 전시장에 들어서자 굽다리접시, 짧은 목항아리, 그릇받침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상형토기들로 구성된 3.5m 높이의 가야 토기탑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굽다리접시는 국가마다 모양이 다르다. 가락국의 접시는 바깥으로 입이 벌어져 있고, 아라국은 불꽃무늬 구멍으로 장식했으며, 고자국은 삼각형으로 구멍을 냈다. 국가별로 제작기술이 다양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령 지산동 44호 고분에서 찾아낸 보물 2028호 금동관 등 호남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가야 유적과 유물이 대거 공개됐다. 윤온식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가야는 낙동강과 섬진강에 이르는 영남 여러 지역을 규합해 번성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가야가 호남 동부인 남원과 순천 지역까지 세력을 규합하고, 우륵이 가야금 12곡을 만들어 중국과 화합을 도모했다는 점을 조명한 게 이번 전시의 고고학적 성과”라고 설명했다.

‘힘’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3부 전시실에서는 가야국가들이 힘의 원천인 철을 통해 오랜 기간 어떻게 함께 존속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국보 275호인 ‘말 탄 무사모양 뿔잔’을 비롯해 고사리무늬 철갑옷, 말갑옷 등 각종 무구류를 통해 ‘철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당시 첨단 소재였던 철을 자유롭게 다뤘던 가야의 제철 기술을 소개한다. ‘쇠를 단단하게 걸러내고 거기에 날을 세우는 일에 야로는 가야의 으뜸이었다’는 구절 등 가야의 시대상을 그린 김훈 작가의 장편소설 <현의 노래> 중 일부 대목이 전시 공간 곳곳에 등장해 관람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가야가 백제나 신라 못지않게 동북아 교역의 중심 역할을 하며 공존의 영역을 외부로 확대했다는 점도 전시를 통해 강조된다. 김해 대성동 고분에서 출토된 바람개비모양 동기, 허리띠 꾸미개와 같은 교역품은 국제적 교역망을 구축한 가야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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