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지자체 넘어 산·학·연 협력을…2030 주거난 해결 시급"

입력 2019-12-12 18:00   수정 2019-12-16 17:31


“새로운 비전을 가진 강력한 리더십, 지방자치단체를 넘어선 재생전략 협의, 산·학·연의 협력이 도시재생의 성공 요인입니다.”

안드레아스 숀스트롬 스웨덴 말뫼시 부시장(사진)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지난 12일 열린 ‘제7회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IFHUF)’에 참석해 한국의 도시재생 정책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지자체와 국경, 산업계와 학계를 넘어선 광역적 재생전략 추진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이번 포럼은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민주택금융재단이 주관했다. 이날 참석자는 크게 △사회적 주택공급 △청년 등 사회적 약자 주거난 해소 △사회 통합적 도시재생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50여 개국 외교관과 정부 파견 공무원, 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채웠다.

쇠퇴한 말뫼시 바꾼 스웨덴式 도시재생

포럼은 ‘포용적 주거복지 확산’을 주제로 한 세션과 ‘상생을 위한 민관협력 도시재생과 금융’을 주제로 한 세션 두 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상생을 위한 민관협력 도시재생과 금융’을 주제로 열린 제2세션에는 스웨덴 말뫼시와 미국 도시재생 사례가 소개됐다.

스웨덴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말뫼시는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 이후 산업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1986년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다. 도시가 쇠퇴하던 1994년 일마르 레팔루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도시 재생사업이 시작됐다. 그는 시민과 기업인, 노조, 주지사, 시장,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해 제조업 중심이던 말뫼시의 도시비전(1990~2015년, 25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버려진 조선소 터와 공장지대를 주거, 교육, 비즈니스, 여가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바꾸는 ‘환경친화적 미래형 도시로의 계획’이 주요 내용이었다.

숀스트롬 부시장은 이날 당시를 회고하면서 “조선소가 자리했던 부둣가 부지에 말뫼대학이 들어서 1998년에 문을 열고 남서쪽 항구 재개발이 그 뒤를 이었다”며 “건물과 빌라들이 2001년 완공되면서 새로운 도시 중심지구를 조성해갔다”고 말했다. 2005년에는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완공되면서 ‘제조업 도시’에서 ‘친환경 미래형 도시’로의 변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데릭 하이라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는 미국의 도시재생과 관련해 소득계층 을 초월하는 ‘사회 통합적 개발’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호프 6(HOPE Ⅵ)’ 프로그램으로 60억달러(약 7조1500억원)의 자금이 노후 공공주택 약 10만 가구 철거 등에 쓰였지만 계층 간 사회적 교류 촉진에는 실패했다”며 “최근 워싱턴DC에서 민간자본을 유치해 진행된 ‘혼합소득계층 주택 개발’ 프로젝트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공공주택이 있었던 지역이나 인근에 혼합소득(mixed-income)계층 주택 개발을 위해 공적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 정책은 공공주택 철거와 저소득층 커뮤니티 경제 활성화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재개발 지역에서 기존의 소규모 가족 사업체들이 외부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지 못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지니 버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희망의 신호-미국의 도시 재활성화’를 주제로 미국 도시재생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주민참여 아래 재원을 조성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해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인 상업개발지구(BID)를 소개했다. 버치 교수는 “경기가 하락하던 2007~2008년 중앙정부는 시장 주도 도시정책으로 개혁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옮겼다”며 “이 가운데 상업개발지구가 미국 주택 공급의 중요한 해결책으로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밀레니얼 세대 위한 주택 정책 시급”

‘공존을 위한 사회통합형 주택공급과 금융’이란 주제의 세션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참석자의 관심을 끌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청년주택 문제와 사회적 기업의 역할 확대’를 주제로 청년 주거난의 현주소를 소개하고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을 통한 주택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주택가격 및 임대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데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다”며 “이런 현상은 부모 세대보다 소득이 낮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저소득 주택을 제공하려 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주민 사이에 나타난 님비(NIMBY)현상으로 역풍을 맞는 등 공공 부문의 공공주택 공급 정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밀레니얼 세대의 주거난 해결을 위해 비영리 민간 사업자에 대한 금융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부담가능 주택이 한국의 청년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데, 사업의 성공 요인 가운데 장기 고정금리 등 금융 인센티브가 있었다”며 “정부는 비영리 단체에 금융 인센티브를 더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자프완 술라이만 말레이시아 주택지방정부부 이사는 ‘부담가능 주택 공급을 위한 말레이시아의 주택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아흐마드 자프완 술라이만 이사는 한국의 주택도시기금과 임대주택을 비롯한 주택정책 메커니즘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말레이시아도 집값 상승 문제 등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에 관심이 많다”며 “1998년 도입된 공공주택계획에 따라 지금까지 8만8000가구를 공급했지만, 2020년까지 100억링깃(약 3조원)을 투입해 공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주택에 대한 국민의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국가주택정책(DRN 2018~2025)을 도입했다. 5개 주요 분야와 16개 전략으로 구성된 DRN은 연방정부, 주정부, 부동산 관계자 모두에게 경쟁력 있는 주택공급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어 나탈리아 로카체스카 사회주택조합(BL) 본부장은 덴마크 복지사회의 한 부분을 이루는 ‘사회적 주택공급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사회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은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임차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덴마크 인구의 60%는 생애 한 번 이상 사회주택에 거주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잘 조율된 사회주택조합에 의한 주택공급 사례는 포럼에 참석한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주택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동시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규제는 신규 공급의 재원조달 및 기존 주택의 유지·보수부터 주택면적, 주택 관련 조직의 활동까지 전 영역을 포괄한다.

HUG 관계자는 “세계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통합형 주택공급과 금융’ ‘민관협력 도시재생 금융’에 대해 국가별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포럼이 매년 열릴 때마다 참석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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