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 놓고 '4+1' 합의 실패…본회의 상정 무산

입력 2019-12-13 20:03   수정 2019-12-14 01:22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13일 국회 본회의 상정이 불발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 부수법안과 각종 민생 법안의 상정도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 지도부에 “사흘간 마라톤협상을 해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며 본회의를 연기했다.

연동형 캡 30석 잠정 합의했지만…

‘4+1 협의체’는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본회의 개의 시간을 넘기면서도 선거법 개정안 ‘수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협의체 선거법 실무단은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이날 오후 합의안 협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대안신당은 준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의 최대치인 ‘연동형 캡’을 전체 비례대표 의석 50석 중 30석으로 정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당초 민주당은 ‘연동형 캡’을 25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이날 5석을 양보한 중재안을 내놨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20석에 연동률을 적용하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연동률 적용 의석수가 적을수록 거대 정당에 유리하다.

민주당에서 반대해온 석패율제도 전국 단위로 하되 각 정당이 6개 권역에 대해 1명씩, 총 6명 이내에서 당 판단에 따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으로 잠정 합의했다. 석패율제는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중복 출마자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바른미래·정의당 등 막판 반발

그러나 실무단이 도출한 잠정 합의안은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평화당이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반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실무단 협상 후 국회에서 만나 잠정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확인했다.

심 대표는 이날 “(잠정 합의안은) 연동률을 30% 수준 이하로 낮추자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단가를 후려치듯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민주당 행태를 ‘정치 갑질’에 비유했다. 정 대표와 손 대표도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군소 야당과의 협상을 계속해 이날 밤늦게라도 선거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문 의장은 본회의 개의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7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으나 심재철 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문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16일 오전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열기로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선거제 개편안에 모든 정당의 입장을 반영하다가 처리 시간만 지연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결정족수(148석)만 확보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129석)으로서는 야당 의원 20명의 지지만 이끌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계 8석, 정의당 6석, 평화당 5석, 대안신당은 8석을 확보하고 있다.

4+1 협의체의 협상이 ‘의석 나눠먹기’로 변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선거법 개정의 대의가 사라지고 각자에게 유리한 방안을 정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회기 안건에 필리버스터

한국당은 이날 본회의에 첫 번째로 상정될 예정이던 ‘임시국회 회기 결정을 위한 안건’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기간을 정해야 하는데 이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임시국회 개최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한국당은 문 의장을 향해 “필리버스터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를 민주당 정권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시킨 입법부 파괴 독재자 국회의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반발했다. 한국당이 이날 오전 문 의장 주재 회동에서 임시국회 회기를 논의하며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찬반 토론을 2인 이내에서 5분씩 하는 것으로 정리됐었다”며 “필리버스터를 안 한다는 전제 속에 찬반 토론이 있는 것으로 (한국당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당의 회기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이 애초 무리한 판단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표결에 부치게 돼 있다. 이러면 지난 회기 결정에 대한 안건을 표결에 부치는 ‘무논리적 상황’이 돼버린다.

조미현/성상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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