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실종사건, 로그 기록은 누가 삭제했나

입력 2019-12-15 13:18   수정 2019-12-15 13:19



종강 파티 후 갑자기 사라진 수의대생 이윤희 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14일 방송된 S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윤희 씨 실종사건'을 다뤘다. 이번 사건은 실종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3차례나 수사했지만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현재 네 번째 재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 명문대에서 통계학과 미술을 복수 전공했던 이 씨는 유독 동물을 좋아해 전북대 수의학과에 편입했다. 그러나 2006년 6월6일 현충일 새벽, 종강 파티에 참석했던 이 씨(당시 4학년)는 자신의 원룸에 도착해 새벽 2시58분부터 3시1분까지 약 3분간 컴퓨터를 켜 인터넷 검색을 했고, 4시21분에 컴퓨터를 껐다. 그 뒤로 그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당시 원룸에 출동했던 구조대원은 "방이 지저분했던 것만 기억난다. 범죄 의심이 있었으면 더 자세히 봤을 텐데 그렇지 않아 바로 나왔다. 요구조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방을 더 제대로 살펴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도착했을 때는 친구들이 이미 방을 정리한 뒤였다. 이에 대해 수의학과 동기들은 "경찰이 침입 흔적이 없다고 해서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라며 "식구들도 내려온다고 하니까 놀랄까 봐 치웠다. 난장판이었다. 강아지가 그렇게 해 놓은 건지 싸움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고 기억했다.

실종 전날 이 씨는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다음날까지 내내 연락되지 않아 불안했던 동기들이 이 씨의 원룸을 찾았다가 그가 없는 걸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

가족들은 이 씨가 들고 다니던 가방은 있었지만, 그 안에 항상 넣어져 있던 수첩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씨 집에 있던 상 또한 사라져 있었다고. 이와 함께 이 씨가 키우던 반려견 두 마리를 다용도실이 아닌 방에 방치해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 씨의 아버지는 의문을 품었다. 특히 종강파티 후 이 씨를 집까지 바래다준 마지막 목격자 황인철(가명) 씨를 의심했다. 황 씨는 평소 이 씨에 대한 호감을 느끼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아버지는 "그 상이 없어질 수 없는 상이다. 새벽 그 시간에 상의 나사를 풀고 그런 짓을 왜 하느냐"며 의심했다. 방에서 사라졌던 상은 일주일 뒤 집 앞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됐다.

이런 의혹에 당시 경찰은 황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했지만 모두 진실로 나왔고, 티셔츠에서 발견된 혈흔 역시 요도염을 가진 반려견의 것이었다.

이 씨의 아버지는 또 "딸이 평소 외출할 때마다 반려견을 다용도실에 격리해두는데 그날 따라 거실에 풀어놨다"며 범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더욱이 이 씨가 항상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수첩이 일주일 뒤 학교 수술실에서 발견된 점에서 이 씨의 원룸에 누군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제작진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시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의 컴퓨터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인터넷 접속기록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로그 기록이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이 씨가 사라지기 이틀 전인 2006년 6월4일부터 실종 신고가 됐던 6월8일 오후까지 5일간의 로그 기록이 삭제됐다. 게다가 이 씨의 원룸에 있던 컴퓨터는 실종되기 전 새벽 2시58분부터 3시1분까지 약 3분간 '성추행', '112'등을 검색했고 그로부터 1시간 20분이 지난 후인 4시 21분에 꺼졌다.

전문가들은 "의도적으로 누군가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색은 이 씨가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은 컴퓨터를 끄는 습관이 없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실종 당일 꺼졌다"고 지적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검색을 하는데 3분이 소요됐다는 건 당일 발생한 일이 아니라 그 전에 일어난 일 때문이며 검색을 하다 멈춘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죽었으면 시체가 나타나야 하는데 안 나타났다"며 "신문에 보면 토막살인을 해서 시체 처리한 사람도 있는데 시체 처리가 얼마나 어려우면 토막 내서 처리하겠느냐. 난 딸이 지금까지도 절대로 살아있다고 본다"고 했다.

제작진은 컴퓨터 전원을 끄고 로그 기록을 삭제한 사람이 이 씨의 실종과 관계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43세가 된 이씨의 얼굴을 3D(3차원) 몽타주로 재현해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록은 쉽게 삭제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자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던 사람은 쉽게 삭제돼서는 안된다"고 제보를 부탁했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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