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한국 사회 극심한 이념갈등 반영

입력 2019-12-15 15:49   수정 2019-12-16 08:16

대학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상상 속의 새를 가리키는 말로 어느 한쪽이 죽으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같이 죽게 되는 운명공동체를 의미한다. 교수들은 이 사자성어가 좌우로 갈라져 극심한 이념 갈등을 벌이고 있는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에 있는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7명(33%)의 선택을 받은 공명지조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고 15일 밝혔다.

공명지조가 등장하는 ‘불본행집경’ 등 불교경전을 보면 공명지조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는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한 머리는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된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현재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며 “자기만 살기 위해서 서로를 이기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공명지조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진영의 정의와 도덕성이 독선적으로 폭주하려고 해 (한국 사회는) 자기검열과 자아비판의 건강한 힘을 상실했다”며 “상생의 비전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명지조를 택한 다른 교수들도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이를) 이용하고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공명지조 뒤를 이어 2위로 꼽힌 사자성어는 300명(29%)의 선택을 받은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어목혼주는 진주와 물고기 눈이 혼동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인 상태를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어목혼주를 추천한 문성훈 서울여대 현대철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라며 “조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누가 어목인지, 둘 모두 진주인지 어목인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게 혼동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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