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없는 빈소…소탈한 성품 기려 가족장으로

입력 2019-12-15 18:34   수정 2019-12-16 02:02

지난 14일 타계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생전 성품처럼 마지막 떠나는 길도 소탈했다. 빈소 앞엔 여느 상가와 달리 조화가 없었다. 입구에 설치된 가림막엔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니 너른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유족은 장례를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했다. 고인과의 인연 때문에 찾아오는 조문객을 막진 않았지만, 접견실 입구에 놓인 구두는 장례 기간 내내 스무 켤레를 넘지 않았다.


추도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입관식 때를 제외하곤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고인의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남 구본준 LG 고문 등 유족과 권영수 (주)LG 부회장 등이 조문객을 맞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빈소를 찾았다. 구 회장은 고인과 사촌 간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빈소를 찾아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 고인의 부친 구인회 창업주와 허 회장의 조부 허만정 창업주가 시작한 두 가문의 동업은 2005년 GS 계열분리 때까지 57년간 이어졌다. 허 회장의 동생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전날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둘째날 빈소를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40분께 빈소에 도착해 30분 정도 머물렀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고생 많다”고 말한 뒤 조용히 조문을 마쳤다. 삼성·LG가(家)는 혼맥으로 얽혀 있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여사의 결혼으로 두 집안은 사돈 관계를 맺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대신 삼성을 대표해 조문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과도 여러 차례 만난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정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오후 3시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조문을 마친 정 이사장은 기자와 만나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고인이 부친(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가깝게 지내셨고 구인회 LG 창업주는 예전 서울 장충동에 살 때 이웃사촌이었다”며 “부친이 서산간척지 사업을 할 때 고인이 방문할 정도로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이때 찍은 사진을 구광모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정·관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오전 11시30분께 빈소에 모습을 보였다. 김 실장은 “고인은 한국 전자·화학산업의 기틀을 다졌고 평소 강조하던 정도경영과 인화·상생의 기업문화는 미래에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밝혀주셨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를 유족에게 대신 전했다.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고인의 유해는 화장한 뒤 안치될 예정이다.

황정수/이선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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