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입관식 때를 제외하곤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고인의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남 구본준 LG 고문 등 유족과 권영수 (주)LG 부회장 등이 조문객을 맞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빈소를 찾았다. 구 회장은 고인과 사촌 간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빈소를 찾아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 고인의 부친 구인회 창업주와 허 회장의 조부 허만정 창업주가 시작한 두 가문의 동업은 2005년 GS 계열분리 때까지 57년간 이어졌다. 허 회장의 동생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전날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둘째날 빈소를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40분께 빈소에 도착해 30분 정도 머물렀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고생 많다”고 말한 뒤 조용히 조문을 마쳤다. 삼성·LG가(家)는 혼맥으로 얽혀 있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여사의 결혼으로 두 집안은 사돈 관계를 맺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대신 삼성을 대표해 조문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과도 여러 차례 만난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정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오후 3시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조문을 마친 정 이사장은 기자와 만나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고인이 부친(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가깝게 지내셨고 구인회 LG 창업주는 예전 서울 장충동에 살 때 이웃사촌이었다”며 “부친이 서산간척지 사업을 할 때 고인이 방문할 정도로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이때 찍은 사진을 구광모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정·관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오전 11시30분께 빈소에 모습을 보였다. 김 실장은 “고인은 한국 전자·화학산업의 기틀을 다졌고 평소 강조하던 정도경영과 인화·상생의 기업문화는 미래에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밝혀주셨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를 유족에게 대신 전했다.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고인의 유해는 화장한 뒤 안치될 예정이다.
황정수/이선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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