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뛰어넘는 펭수 인기"…다이어리 '대박'에 출판계 모시기 경쟁

입력 2019-12-16 13:27   수정 2019-12-17 11:20

201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국내에 선보일 때 모처럼 서점가가 떠들썩했다. 출간을 2주가량 앞두고 시작한 예약판매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당시 문학동네는 초판으로 10만 부를 찍을 예정이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30만 부로 늘렸다.

최근 예약판매만 10만 부가 넘는 ‘물건’이 등장했다. 저자는 EBS와 펭수(사진). 오는 19일 출간을 앞두고 있는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놀)의 실체는 책이라기보다 다이어리다. 펭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목표로 남극에서 건너온 EBS 연습생이다. 귀여운 외모에 발랄한 성격, 거침없는 발언으로 성별과 세대를 넘어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이어리는 여백이 대부분이지만 곳곳에 있는 펭수 캐릭터와 한마디씩 들어가는 문구가 포인트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예약판매의 열기는 하루키를 뛰어넘었다. 첫날 예스24에서는 판매 세 시간 만에 1만 부가 팔려나갔다. 구매 연령대는 30대(42.2%)가 가장 많았지만 20대(30.4%)와 40대(20.5%) 비중도 높았다. 여성 구매자가 대부분인 캐릭터 에세이와 달리 남성 구매자 비중(27.5%)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예약판매 기간을 3주로 길게 잡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첫날 폭발적인 반응 이후 매일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판매 첫날 실물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구매 대기 수요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놀’은 다산북스의 에세이 임프린트(출판사 내 독립 브랜드)다. 다산북스 관계자는 “펭수와 관련한 모든 정보는 EBS와 협의해야만 공개할 수 있다”며 “초판 물량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펭수와의 계약을 성사시킨 편집자는 펭수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약판매가 ‘대박’을 예고하면서 출판업계엔 이 출판사가 초판 물량을 30만 부로 늘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일반적으로 신간 초판은 3000부 정도를 찍는다. 손익분기점도 그 언저리다. 하루키처럼 수십억원대의 선인세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1만 부만 넘어도 ‘선방’한 것이다. 3만 부를 넘으면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초판만 30만 부를 찍는다는 것은 ‘초대박’이다. 펭수의 몸값은 이미 높아졌지만 출판사들은 어떻게든 펭수 달력, 펭수 화보, 펭수 에세이까지 내보려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펭수라는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다이어리 특성상 판매 100만 부를 넘긴 ‘곰돌이 푸’의 에세이와는 양상이 다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태풍’이든 ‘돌풍’이든 조용한 서점가, 침체된 출판가에 펼쳐지고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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