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개선기·베개…가운 벗고 창업 나선 의사들

입력 2019-12-17 17:03   수정 2019-12-18 02:49

흰 가운을 벗고 제품을 개발해 직접 창업에 뛰어드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주로 화장품이나 바이오 분야에 몰리던 의사 창업은 시력개선기기부터 침대 매트리스, 베개 등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가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벤처창업 육성책으로 자금조달이 쉬워져 의사 창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력개선기기 개발한 내과의

내과의인 박성용 에덴룩스 대표가 개발한 ‘오투스’는 눈 수정체 훈련기기다.

박 대표는 “근육이완제 주사를 맞은 뒤 부작용으로 ‘수정체 조절근 조절 마비’ 진단을 받고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스스로 눈 근육을 훈련하는 법을 공부해 적용한 뒤 시력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당시의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게 오투스다. 지난 4월 출시해 누적 2억5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오투스의 시력개선 원리는 수정체 조절근 훈련에 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컴퓨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정체 조절근이 수축된 채로 경직돼 있다”며 “근력이 떨어지면 시력도 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학기술을 활용해 조절근의 수축, 이완 작용을 반복적으로 훈련시키는 원리”라고 말했다. 하루 5분 기기를 쓰고 밖을 바라보면 된다. 자체 임상 결과 기기 사용 후 3개월이면 수정체 조절력이 평균 0.5디옵터 향상돼 돋보기 도수를 낮출 수 있다. 0.5디옵터가 향상됐다는 의미는 30㎝ 이상 떨어져서야 보이던 문자가 25㎝에서도 보인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내년 5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최근 제조업 분야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의료진의 사회적 위상이 약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정부의 창업 지원 등 창업 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의사 출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관련 업계에 왜 이런 제품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며 “최근 몇 년 새 창업자금을 구하기 쉬워지다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실행에 옮기는 의사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드 바이 닥터’ 딱지는 이미 화장품업계에선 성공 공식이 됐다”며 “전문가가 만들었다는 신뢰감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의사가 만든 매트리스·베개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사들이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양종혁 정형외과 전문의가 개발한 베개 ‘밀라’는 거북목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다. 머리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C 커브’를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누웠을 때 경추 곡선을 유지할 수 있는 각도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시제품을 만들 때마다 직접 누워 엑스레이로 경추를 촬영했다.

오석관 신경외과 전문의가 설계한 드로브로스의 씨가드 베개와 토퍼도 비슷한 제품이다. 베개는 귀 눌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혈액 순환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로버트 애디슨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형외과·재활의학과 교수와 협업해 만든 제품으로 유명한 매트리스 브랜드 ‘씰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스프링을 총 3단계로 배치해 신체 움직임을 흡수하고 지지력을 제공한다. 요체(허리등뼈) 부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받치기 위해 중간 부분은 충전재의 밀도를 높인 게 특징이다.

‘미스미즈 이너 리프레싱’은 산부인과 전문의인 정소용 미스미즈바이오 대표가 개발했다. 여성들이 아직 산부인과 진료를 기피해 질 건강이 손상돼 자궁경부암 등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보고 만들었다. 자극 없는 약산성 성분에 질 건강을 유지해주는 균인 락토바실루스가 함유돼 있다. 에탄올, 파라벤류, 페녹시에탄올 등 일곱 가지 유해 화학성분은 제외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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