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포함해 놓고도…유전자 검사 실증사업 또 '퇴짜'

입력 2019-12-18 15:33   수정 2019-12-19 01:10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규제 터널’에 갇혔다.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 항목을 확대하는 내용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좀처럼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실증사업 시작한 업체 한 곳도 없어

최근 메디젠휴먼케어와 테라젠이텍스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계획을 심의하는 공용기관임상심사위원회(IRB)로부터 내용을 수정·보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4월 메디젠휴먼케어와 테라젠이텍스는 탈모, 피부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된 DTC 항목을 한시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선정됐다.

메디젠휴먼케어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체육대생과 비만 환자 등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근력, 악력, 지구력 등 한국인의 운동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13개를 발굴하는 내용의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사업계획을 처음 제출했다.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는 “말이 보완이지 거의 실증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받았다”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를 입증하려고 실증사업을 하자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메디젠휴먼케어는 실증사업을 준비하는 데 수억원을 지출했다. 신 대표는 “수도권 대학과 병원에서 유전체 분석 알고리즘을 구축하려고 유전자 샘플을 확보해왔다”며 “이렇게 시간을 끌 거면 애초 규제 샌드박스를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마크로젠, 메디젠휴먼케어,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등 4개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선정됐지만 아직까지 실증사업을 시작한 곳은 없다. 가장 빨리 선정된 마크로젠은 5차 심의를 받고 있다. 신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안에 실증특례 사업을 하는 기업별로 1억2000만원의 지원비를 주게 돼 있는데 이를 연내 집행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며 “부처 간 협력도 잘 안 된다”고 했다.

“서류심사만으로는 소통 힘들어”

업계에서는 “공용IRB의 심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안전성, 생명윤리, 과학적 타당성 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과학적으로 완벽한 연구과제로만 보지 말고 새로운 헬스케어 시범사업이란 점을 고려하는 게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공용IRB가 사업계획 심사를 문서로만 진행하는 것도 장애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류를 통해서만 심의를 신청하고 결과를 통보받는다”며 “심의위원과 직접 소통할 수 없고 심의 절차나 결과를 확인하려면 행정 담당 직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공용IRB 심의위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지만 업계에는 DTC에 부정적인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시민단체 등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이 계속 늦춰지면서 유전체 분석 기업들의 위기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꽉 막힌 규제 때문에 유전체 기업들은 요즘 투자를 유치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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