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철퇴'에 이주비 대출 제한까지…재개발·재건축 '존폐 기로'

입력 2019-12-19 17:07   수정 2019-12-20 09:28


정부가 기습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혼란에 빠졌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이 대폭 확대되는 데다 이주비 대출까지 막는 조치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서울 강남 재건축뿐 아니라 강북의 재개발 구역까지 사업 막바지에 있던 조합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북 재개발 분담금 급증 우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내년 4월 전후로 분양을 계획했던 강북의 7개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정부의 이번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방침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내년 4월 28일 이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려운 탓이다. ‘12·16 대책’에서 성북·노원구 등 강북 재개발 지역을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포함하면서다. 성북구 장위 4·10구역과 은평구 수색 6·7·13구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상한제 추가 지정 지역에서 내년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단지는 23곳, 2만301가구 규모다. 4월 분양 예정이던 수색 7구역 조합 관계자는 “착공계 등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이 남아 있어 내년 4월까지 유예 기간 안에 분양하기 어렵다”며 “조합 추가 분담금이 증가해 사업이 존폐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인근 수색6구역 관계자는 “내년 3~4월께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수 있도록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색·증산뉴타운 일대에선 수색 6·7·13구역과 증산2구역 등 4745가구가 내년 4월 전후 분양을 계획했지만 상한제 지정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장위뉴타운 내 최대 규모인 장위 4구역(2840가구)도 상한제 유예 기간 안에 분양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조합 관계자는 “상한제 지정 이후 사업 진행 속도를 높여 피하려 하고 있지만 이주가 마무리되지 않아 계획보다 늦춰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한제 대상으로 추가 지정된 곳 가운데 4월 28일 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수 있는 조합은 사실상 동작구 흑석3구역이 전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겹겹이 쌓인 규제로 사업성 하락이 아니라 사업 진행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목표했던 시기에 분양하지 못한다면 서울의 공급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이주비 규제 ‘날벼락’

이주비 대출 문제로 사업 막판 갈팡질팡하는 정비사업구역도 늘고 있다. 대출 규제에 이주비가 포함되면서 조합 사무실마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집주인들은 통상 이주비 대출을 받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데 대출이 막히면 자금을 융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주를 코앞에 두고 있던 조합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 청담동 삼익아파트조합 관계자는 “내년 3월께로 이주를 계획하던 중 날벼락을 맞았다”며 “예고도 유예 기간도 없이 규제가 바로 시행돼 조합원이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내로 이주 시기를 저울질 중인 방배13구역조합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지 않아 당장은 조합원에게 어떤 안내도 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중”이라고 했다.

조합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건 정부가 기준을 두루뭉술하게 밝혀서다. 정부가 지정한 초고가 주택은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다. 하지만 이주비 대출은 시세가 아니라 감정가격 기준으로 한도가 결정된다. 청담삼익 전용면적 104㎡는 KB시세 기준 24억~25억원대지만 감정가로 보면 15억원이 넘는 집은 한 곳도 없다.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이주비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셈이다. 시세조사기관 자료를 기준으로 삼으면 거래가 많지 않은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은 가격 산정 자체가 어려워진다. 재건축은 시세로, 재개발은 감정가로 이원화하더라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개발과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초고가 주택 기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을 맡은 은행에서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대책이 사업에 장애가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주비 대출은 대환 대출의 개념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은 집이 멸실되기 전 이주비를 받아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기존 대출을 갚고 새로 이사갈 집을 구한다. 대출이 막히면 이주가 불가능해져 사업이 이뤄지기 어렵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계의 정비사업 진행을 촉진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조합이 시공사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와 조합원에게 빌려줘야 한다”며 “높은 이자비용은 결국 조합원 개개인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진/배정철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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