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노래' '동심초' '내 마음'…겨울밤 수놓은 한국 가곡의 향연

입력 2019-12-22 17:15   수정 2019-12-23 02:34

‘기러기 울어 예는/하늘 구만리/바람이 싸늘 불어/가을은 깊었네/아아 너도 가고/나도 가야지~.’


메조소프라노 최승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고운 선율 위에 얹혔다. 시인 박목월이 제주도에서 함께 ‘사랑의 도피’를 벌였던 그녀를 떠나보내며 지었다는 작시 뒷이야기도 곁들였다. 갈수록 듣기 힘들어지는 한국 가곡의 향연이 풍성하게 펼쳐졌다. 20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19 한경필하모닉 송년음악회’에서다.

김덕기 전 서울대 음대 교수가 지휘봉을 잡은 이번 음악회에는 ‘한국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한가사모)’이 함께했다. ‘한가사모’ 성악가 11명이 총출동했다. 한가사모는 2015년 11월 전성철 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IGS) 회장이 지인들을 초대해 한국 가곡을 즐기던 작은 음악회로 출발했다. 여기에 가곡을 사랑하는 기업인과 금융인, 언론인, 법조인들이 하나둘 가세했다. 이번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강혜정 박하나 서활란 오은경 정꽃님 정혜욱,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최승현, 테너 김동원 이영화, 바리톤 장철이 연주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진수 한가사모 회장(LG화학 이사회 의장)은 “혁신적인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 한경필하모닉과 함께하는 이번 송년음악회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한국 가곡을 사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경필하모닉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 연주로 음악회의 막이 올랐다. ‘탄호이저’는 13세기에 활동한 음유시인 탄호이저를 소재로 바그너가 작곡한 3막 오페라다. 서곡은 탄호이저의 유명한 ‘순례자의 합창’과 아리아 선율을 모티브로 했다. 클라리넷이 이끄는 관악기로 시작한 ‘순례자의 합창’에 현악기가 뒤이어 들어섰다. 차츰 음량을 키워가며 트롬본이 장엄한 소리를 울리고 바이올린의 빗살 같은 활긋기가 더해졌다. 클라리넷과 바순의 처연함에 첼로의 서정적인 연주, 트롬본과 튜바의 웅장함이 하나로 흘렀다.

장중한 서곡 연주에 이어 김덕기 지휘자의 구수한 입담과 재치 있는 곡 해설이 곁들여진 한국 가곡 공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이별의 노래’부터 바리톤 장철이 변훈 작곡의 ‘떠나가는 배’, 소프라노 강혜정이 이흥렬 작곡의 ‘꽃 구름 속에’, 소프라노 서활란이 김성태 작곡의 ‘동심초’를 열창했다.

장구를 곁들인 작곡가 김희조의 ‘밀양 아리랑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국악 특유의 리듬을 살린 현악기와 애절한 목관, 우렁찬 금관의 조화가 돋보였다. 테너 김동원은 김성태 작곡의 ‘박연폭포’를 멋스럽게 소화했고 소프라노 오은경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김동진 작곡의 ‘내 마음’을 불러 깊은 여운을 남겼다.

2부는 ‘오페라의 밤’으로 꾸몄다.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절한 피날레가 첫머리를 장식했다. 소프라노 오은경과 테너 김동원이 죽음을 앞둔 연인의 마지막 장면을 재현했다. 슬픔과 찰나의 기쁨이 교차하고 뒤이어 찾아오는 절망에 이르기까지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며 완성한 피날레는 마치 오페라의 실연을 보는 듯했다. 한경필의 총주로 이중창이 마무리되자 객석에선 열띤 박수와 ‘브라보’로 두 성악가의 열연에 화답했다.

이어 테너 이영화가 도제니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소프라노 박하나가 푸치니 오페라 ‘잔니스키키’ 중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감미롭게 들려줬다. 소프라노 정꽃님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열창했다.

오페라 ‘페도라’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으로 숨을 고른 뒤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소프라노 정혜욱이 오페레타 ‘쥬디타’ 중 뜨거운 입맞춤 하는 내 입술’을,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오페라 ‘카르멘’ 중 ‘보헤미안 송’을 매혹적인 춤과 함께 선보여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끊이지 않는 박수와 환호에 11명의 성악가는 함께 무대에 올라 ‘오 거룩한 밤(Oh holy night)’을 앙코르 곡으로 선사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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