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쌓이고 더 써야하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입력 2019-12-22 17:38   수정 2019-12-23 00:52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내년 11월부터 항공권을 살 때 항공권 가격의 20% 정도를 보유한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날 대한항공은 2021년 4월부터 적용되는 마일리지 적립률과 공제율 변경안도 함께 내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22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변경안을 분석한 결과 항공권을 살 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더 늘어나고, 탑승 후 쌓이는 마일리지는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에게 훨씬 불리해지는 셈이다.

비즈니스석 마일리지 더 써야

대한항공 항공권을 구입할 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크게 늘어난다. 비성수기에 인천에서 미국 뉴욕을 갈 경우 지금은 6만2500마일리지를 내면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9만 마일리지가 공제돼 지금보다 44% 더 내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수요가 많은 노선들에서 대한항공이 요구하는 마일리지는 현행 6만2500마일리지에서 8만 마일리지로 28%씩 뛴다.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 역시 2만2500마일리지에서 2만5000마일리지로 11% 더 내야 한다.

이코노미석을 사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필요한 마일리지도 더 늘어난다. 인천~뉴욕 비성수기 편도는 기존 4만 마일리지에서 6만2500마일리지, 로스앤젤레스·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는 4만 마일리지에서 5만5000마일리지로 높아진다. 도쿄와 베이징 노선도 지금은 1만 마일리지만 내면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1만2500마일리지를 줘야 한다.

마일리지로 이코노미석을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뉴욕(3만5000→4만5000)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3만5000→4만) 등은 마일리지를 더 써야 항공권을 살 수 있다.

탑승 후 적립률은 크게 줄어

반면 대한항공 이용 후 적립해주는 마일리지는 크게 줄어든다.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석(Q등급)은 현재 마일리지 적립률이 70%지만, 2021년 4월부터는 25%로 대폭 낮아진다. 지금은 티켓을 싸게 파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이트나 여행사에서 인천~뉴욕 항공권을 구매할 때 4815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하지만 개편 뒤에는 1719마일리지만 적립된다. 로스앤젤레스도 4181마일리지에서 1493마일리지로 확 떨어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에 대해서는 적립률을 낮추지만 나머지 항공권은 현행 적립률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11월부터 시범도입하는 ‘현금+마일리지’ 복합결제 제도 덕분에 마일리지 사용이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구입할 때만 복합결제가 가능하다. 항공권을 싸게 파는 다른 사이트에선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을 살 수 없다.

마일리지 신용카드 인기 떨어질 듯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사실상 마일리지 가치를 떨어뜨리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다른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항공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부채가 2조원에 달하는 대한항공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개편안이 자리잡을 경우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신용카드의 인기도 점점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여행 사이트 등에선 “마일리지를 모으는 게 의미가 없어져 다른 신용카드로 갈아타겠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소비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은 기존보다 적립률을 대폭 올리는 등 이득이 되는 측면도 있다”며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보완할 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후/이선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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