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억여원씩 8년째 기부…따뜻한 大邱 만드는 '키다리아저씨'

입력 2019-12-26 15:28   수정 2019-12-26 15:29


“오늘 저녁에 시간되는교? 같이 밥 한끼 합시다.” 2017년 12월 24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담당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허름한 식당에서 만난 수수한 복장의 60대 ‘키다리 아저씨’는 1억2000여만원의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넸다. 2012년 1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1억원을 전한 뒤 8년째 기부를 이어온 키다리아저씨는 기부 5년 만인 이날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올해까지 그가 기탁한 성금은 총 9억8000여만원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역대 개인기부액 중 가장 많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알고보니 매월 1000만원 씩 12개월을 알뜰히 모아 이자까지 기부한 것이었다. 세 평도 안 되는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부부는 “아직도 갖고 싶은 것이 많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가졌기에 나머지는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키다리아저씨 외에 대구에서 건물 청소일을 하는 한 60대 아주머니는 2013년부터 84개월 동안 총 2330만원의 아름다운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근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사랑의 탑 목표 온도 100도를 넘겼다. 키다리아저씨와 청소일을 하는 60대 아주머니 같은 시민천사들이 있어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대구의 많은 키다리아저씨와 아주머니, 기업인들이 대구를 따뜻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사회공헌위원회(회장 김상태) 소속 기업들은 2015년부터 대구교육청의 인문도서 기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기부금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본부를 통해 초·중·고교 등 77개 학교에 나눠져 4만4000여명의 학생을 위한 인문도서 구입에 활용되고 있다. 대구상의 사회공헌위원회가 올해까지 기부한 금액은 7억3100만원, 수혜학교는 261개에 달한다.

지역의 대표기업인 화성산업(회장 이홍중)은 2013년부터 7년째 1억원의 통 큰 이웃사랑 성금을 내고 있다. 화성산업은 1983년 이윤석 창업회장의 사재 50억원으로 화성장학재단을 만들어 장학 및 문화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상생협력기금 20억원을 출연해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142번째 회원으로 평범한 공무원이 가입해 화제가 됐다. 두 자녀를 둔 40대 초반의 7급 공무원 김영익 씨는 수성구청 주무관으로, 경북 청도군 공무원인 아내와 매년 2000만원, 5년 동안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김씨의 기부가 주목받은 것은 그가 고위공무원도, 부유한 시민도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매일 자전거로 왕복 13㎞를 출퇴근하며 아낀 돈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역경을 딛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두 아이를 낳아 키우고, 8년째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모실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혈세로 봉급을 받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그동안 국민들께 받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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