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는 거덜나고 정치는 '로또판' 나라로 가는 건가

입력 2019-12-25 17:52   수정 2019-12-26 07:59


소비증가율이 10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는 소식이다. 올 1~3분기 민간소비(명목) 증가율이 2.3%로 2009년 1~3분기(1.2%) 이후 10년 만의 최저를 기록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던 정부 구상과 정반대의 결과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인 48%를 책임지는 민간소비의 부진은 ‘역대급’ 수출 둔화와 함께 한국 경제 추락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 둔화는 여러 경로에서 확인된다. 올 3분기 의류·신발 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1.9% 줄어 12분기 만에 최대 감소를 보였다. 1~10월 해외여행 지출도 -9.1%로, 금융위기이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가계부채와 소득악화가 소비를 옥죄는 양상이다. 물가상승률(1.5%) 감안 시 지난해 실질가처분소득은 0.3% 줄어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세다.

줄어든 소비가 투자부문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다. 설비투자지수가 작년 5월부터 올 10월까지 1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행진하는 등 설비투자는 2년 연속 감소세다.

이런 판국에 정치는 ‘야바위 판’과 ‘로또 판’을 연상시킨다. 제1당과 제2당에 투표한 비례대표 투표가 모두 사표가 돼 투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위협한다는 비판에도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안이 최종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개정 선거법은 협상 전반을 국회법상 원내교섭단체가 아닌 ‘4+1’이라는 임의 협의체가 주도해 절차와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떠나, 정치를 더 혼탁하게 만들 개연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총 투표의 3% 이상을 득표하면 비례의석을 2~4석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포퓰리즘 공약으로 선거판을 흐리는 일도 예상된다. 벌써 예비정당이 급증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 참여 정당이 수십 개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알바니아에서 1·2당이 각각 5개의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코미디 같은 일이 한국에서 재현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경제가 수직낙하하는 와중에 정치마저 난장판으로 빠져든다면 나라는 벼랑 끝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팀 수장 경제부총리는 내년 예산의 71%를 상반기에 집중하겠다며 돈풀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 수장인 국회의장도 예산부수법안 처리마저 외면한 채 선거법 개정안 기습처리에 가담하는 부적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때마침 해외에서 아르헨티나와 인도 경제의 추락소식이 전해졌다. 오랜 좌파정부 기간 동안 지속된 퍼주기 복지의 후유증을 못 견디고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디폴트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기대주인 인도도 비대한 공공부문을 방치하고 구조개혁을 게을리한 탓에 1년 전 8%였던 분기 성장률이 최근 4%대로 반 토막 나 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조치를 권고하고 나섰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온통 선거 판으로만 달려간다면 한국도 아르헨티나·인도와 같은 패닉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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