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국회 기자회견장에 어린이 세운 민주당

입력 2019-12-26 14:45   수정 2019-12-26 14:46

[12월 26일(14:45)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조미현 정치부 기자)26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어린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어린이들은 유치원 3법을 지지하는 서울 경기 지역 학부모의 자녀들이었습니다.

유치원 3법은 정부가 제공하는 학부모 지원금을 유치원 보조금으로 바꿔 설립자가 유용할 수 없게 하고, 사립 유치원도 정부 회계 관리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이들 법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선거법 개정안, 검찰개혁법안에 밀려 연내 통과가 불투명합니다.

박 의원은 "올해 전국 1020개 사립유치원에서 4419건의 비위가 적발됐다"며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않아 법의 허점과 구멍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사립유치원 비위에 따른 피해 금액은 321억원, 적발건수는 4419건에 달한다"며 "(지난해)269억원에 달한 피해 금액보다 52억원이 더 늘었다"라고 했습니다.

5살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이원혁 씨는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을 때에 저희 아이들도 곧 투명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교육 돌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아이들 밥 먹는 문제에 여야가 어딨냐.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경기 용인에서 7살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박영환 씨는 "유치원 3법은 (유치원을) 사업체가 아니라 교육기관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유치원 3법)이 정쟁의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라고 했습니다.

어른들이 이런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어른들 사이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유치원 3법은 민생법안', '1년 기다린 유치원 3법 우선통과',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3법 발목잡지 마라', '정쟁보다 어린이가 먼저다'라고 쓰인 피켓이었습니다.

부모들과 함께였지만 기자회견장에 서있는 어린이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유치원 3법의 입법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해도 어린이까지 기자회견에 동원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갈등을 해결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노력은 국회의원의 몫입니다. 부모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어린이들을 안전한 공간에서 기다리게 해도 될 일입니다.

어린이를 내세워 유치원 3법의 통과를 지연시키는 다른 의원들을 '나쁜 어른'으로 만들기 위한 '몹쓸 전략'이 아니었길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어린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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