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승" 평가 받은 檢, '조국 구속' 안 매달리고 곧장 '親文사람들'에게 가나

입력 2019-12-27 15:15   수정 2019-12-27 15:26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조 전 장관에 대한 범죄혐의가 소명된다면서도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에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을 다시 청구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구속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해 온 친(親)문재인계 인사들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데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구속 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사유를 분석하면서 재청구 카드를 검토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법원이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그 이유로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없으며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고 범행을 한 것이 아는 데다 배우자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혐의가 소명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해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가로막았다"고 표현했다.

법원이 범죄 성립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검찰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문(親文)계 인사 수사에 화력을 모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전 장관도 영장실질심사에서 “여러 참여정부 인사들의 구명 운동 때문에 감찰을 중단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범행(유재수 감찰 중단)의 동기를 파기위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의 역할도 다시 살펴볼 전망이 나온다.

판사출신인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조국 영장 실질심사는 'KO승부'는 아니지만 검찰이 좀 많이 이긴 판정승"이라며 "이제 조국은 장관도 아니고 검찰의 최종 목표도 아니기 때문에 조국 구속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썼다.

영장전담판사 경험이 있는 김 교수는 "원래 영장심사 판사는 유무죄에 대해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그런데 이번 건에서는 범죄사실 소명뿐만 아니라 죄질이 나쁘다는 말과 수사가 상당히 진척되었다는 말까지 덧붙여 유죄 입증이 끝났다는 뉘앙스였다”고 했다. 또 "이번 사건은 이미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수집이 끝났으므로 조국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이번 영장실질심사의 의미”라며 "조국이 본안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의 기각사유에 “모순되는 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 등의 평가를 내리고도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하지 않아서다. 한 형사법학자는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고 헌정문란까지 거론했는 데,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직권남용이 대부분 국가적 법이익 침해사건인데 개인적 이익이 없었다고 한 점이나 별개의 범죄에는 부부 동시 구속 사례가 많은 데도 기각 사유로 내세웠고 적폐수사에서 고위공직자의 ‘일정한 주거’가 기각사유가 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법원의 ‘봐주기 기각'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첩보 최초 제보자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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