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금융실명제, 망한다 했지만 성공…가상화폐 자금세탁방지도 마찬가지"

입력 2019-12-29 08:00   수정 2019-12-29 09:28


"1993년 금융실명제를 도입했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당시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면 자금들이 지하경제로 숨어들어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죠. 지금 금융실명제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됐습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AML)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을 겁니다."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박만성 옥타솔루션 대표(사진)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암호화폐 권고안에 대한 우려가 과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 FATF가 내놓은 권고안은 각국 규제당국이 자국 사정에 알맞은 규제안을 마련해 암호화폐 거래자 이용정보를 수집하고 AML 체계를 갖추라는 게 골자다. '암호화폐 업계의 금융실명제'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레그테크(규제 준수 관련 기술) 관련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박 대표는 한국 IBM, 티멕스소프트, 동부CNI 등을 거쳐 2012년 레그테크 기업 옥타솔루션을 창업했다.

옥타솔루션은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에 AML 관련 솔루션을 공급해오다 최근 암호화폐 관련 보안기업 센티넬프로토콜과 손잡고 '크립토AML'을 만들어 암호화폐 시장에도 진출했다. 기존 금융권의 AML 솔루션을 만들어온 그가 암호화폐 AML에도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 최근 암호화폐 AML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2017년 경부터 핀테크 회사들 규모가 커지면서 핀테크 법률 준수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마침 당시 이슈가 된 암호화폐 거래소가 눈길이 갔다. 기존 암호화폐 보안 전문회사 센티넬프로토콜과 협업해 '크립토 AML'이라는 솔루션을 내놓게 됐다."

- 국내 암호화폐 기업들이 FATF 권고안 준수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준비할 점은?

"우선 더 이상 AML 시스템 도입을 망설여선 안 된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통과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단 이유로 시스템 도입을 미루고 있다. 그런데 이미 FATF 권고안에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다. 금융위원회가 FATF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고 한 이상 FATF 권고안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보면 된다."

- FATF권고안을 지키려면 AML솔루션을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지.

"그렇다. FATF 권고안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법률 준수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회사로 인정해달라고 하면서 기존 금융사들이 지키는 '트래블 룰'(자금 송·수신자간 신원 파악)을 못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암호화폐의 특성이 있지 않나.

"특정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해 당국이 조사를 하려는데 소유주 파악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하나. 트래블 룰을 못 지킨다는 건 감독 관청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로 보일 수밖에 없다. FATF 가이드라인은 결국 금융회사로 인정받으려면 익명성은 포기하라는 의미다."

- FATF 권고안을 모든 거래소들이 지킬 수 있을까.

"모든 거래소들이 지킬 순 없을 것이다. 기존 금융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으로선 규제 준수 비용이 너무 높아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안다."

- 중소형 거래소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FATF 권고안을 지키지 못하면 거래소를 운영해선 안 될 것이다. 금융 사고에 취약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당국이 이를 놓아둘 리 없다. AML은 제조업에 비유하자면 제조 설비에 해당한다. 제조 설비를 마련할 수 없다면 제조업을 시도할 수 없는 것이다."


- 올해 6월 FATF가 암호화폐 관련 권고안을 발표했고, 1년간 의견 수렴해 수정·보완하겠다고 했다. 내년 6월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이 될 거라고 보는지.

"여기에 대해선 답이 이미 나와 있는 것 같다. 국내 금융 제도권 인사가 더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 FATF 분위기다."

- 특금법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 AML 솔루션 관련 시장 반응은 어떤가.

"암호화폐 업계는 AML 도입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솔루션을 언제 도입해야 할지 물어본다. 그러면 '현재 암호화폐 거래를 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답변한다."

- 왜 그런가.

"암호화폐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면 당장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암호화폐 거래를 하고 있다면 즉시 AML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 AML은 모든 기록을 5년간 보존해야 한다. 만약 특금법이 통과돼 내년 6월1일부터 시행된다면 그날에 맞춰 구축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러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어떤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지.

"6월1일부터 AML을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법률 준수를 위해서는 그 전까지 쌓인 거래 데이터를 모두 지워야 할 것이다. 6월1일 이전 거래 내용 중 블랙리스트에 속한 이와 거래한 데이터가 남아있을 수도, 혐의 거래가 남아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법안 시행 이전의 혐의거래 적발도 소급적용돼 문제가 될 수 있다?

"입법이 안 됐다는 이유로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아 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기본적 해킹 관련 보안 솔루션은 하지 말라고 해도 다 하지 않나. 고객을 보호하고 자산을 막기 위해서 한다. AML도 마찬가지다. 마약 거래자, 무기 거래자, 테러리스트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전력이 드러났다면 해당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겠나. AML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건 금융서비스를 할 의지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 FATF 권고안 시행까지 6개월이 남았다.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국내 전체에서 1년 이상 경험을 가진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 전문인력은 많이 잡아도 2000~3000명 수준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핀테크 회사,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서 AML 전문인력을 구하려 해도 인력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육성도 어려워 컴플라이언스 전문요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 해법이 있을까.

"레그테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사람이나 자금이 부족하다면 기술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옥타솔루션도 준법 전문가가 없는 환경에서 AML을 운영하는 경우를 가정해 준비하고 있다. 답은 자동화에 있다.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알림 기능을 주고 대처하는 식으로 시스템화시켜야 할 것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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