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정치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두렵다

입력 2019-12-27 19:59   수정 2019-12-28 00:33

이른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기형적 선거제도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생소하고 비상식적인 법안 내용만큼이나 법안 처리 과정도 상궤를 벗어난 것이었다. 당장 시급한 규제완화 법안 처리 등은 뒷전인 채 눈앞의 이익만 보는 저급한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어제 변칙적으로 처리한 이 법안은 입법 절차는 물론 내용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정안 내용은 253석인 현행 지역구 의원수는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지지율 등에 따라 복잡하게 나눠 갖자는 게 핵심이다. 제1 야당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선거라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 것부터 잘못됐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뒤 몇 달 동안 원안이니 수정안이니 하면서 수없는 ‘당리당략 거래’가 오가면서 ‘국회발(發) 야바위놀음’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유럽 변방의 정치·경제 후진국 알바니아와 아프리카 레소토 정도가 도입했던 이상한 선거제도를 ‘졸속 날림’이라는 거듭된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4+1 협의체’가 무리하게 도입한 이유는 명백하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단 한 의석이라도 더 갖겠다는 것이다. 국민을 성숙한 정치 주권자로 존중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핵 위기도, ‘R(경기침체)의 공포’니 ‘D(디플레이션)의 공포’니 하는 유례없는 저성장의 경제위기도 안중에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춰 고등학교 교실까지 정치판으로 만들게 됐다. 이 또한 선거의 유불리를 따진 결과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가뜩이나 후진적인 한국의 정치문화를 국회가, 정확하게는 국정 운영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여당과 그 주변 정치세력들이 한층 퇴보시키고 말았다. 저급화된 정치는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 발전도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어제 ‘난장판 국회’는 민주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제1 야당에서 경고했듯이 ‘비례OO당’이라는 코미디 같은 위성정당 설립이 현실화되면 정치는 더욱 희화화될 것이다. 20대 국회는 이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예고된 대로 정당이 50개가 넘고 투표용지는 1m에 달해 수작업 개표를 해야 할 판인 대한민국을 나라밖에서는 어떻게 볼지 한번쯤은 생각해봤어야 했다. 당리당략에 빠진 졸속 야합정치가 의회민주주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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