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이슈 프리즘] 2020년, '대외변수' 핑계는 없다

입력 2020-01-01 17:57   수정 2020-01-02 00:23

새해다. 연초니까 희망적인 얘기부터 해보자.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1% 올랐다. SK하이닉스는 16.3% 급등했다. 미국 마이크론도 같은 기간 12% 상승했다. 바닥을 기던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2020년 반도체시장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낸드플래시와 D램 판매 증가율을 각각 19%와 12%로 전망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도 지난해 12.8% 위축됐던 반도체시장이 올해는 5.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한 근거는 5G(5세대) 통신 확대와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 수요 등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온다는 낙관론까지 나온다. 반도체가 수출의 약 20%,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하는 한국엔 반가운 일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도 올해는 30~40% 이상 증가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무역여건 작년보다 나아진다"

글로벌 무역환경도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달 타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오는 15일 양측이 백악관에서 서명한다. 2, 3단계 협상이 남아있지만,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자국 경제에 부담되는 선택은 피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3.4%로, 작년(3.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불안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저금리 장기화로 돈이 엄청나게 풀린 탓에 자산거품과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작년 말 전 세계 부채는 255조달러(약 30경원)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다. 특히 급증하는 신흥국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다행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인 미국 금리가 연내 인상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최악’이란 평가를 많이 들었다. ‘2%는 성장했을까’가 관심일 정도다. 수출은 10.3% 감소했다. 10년 만의 두 자릿수 추락이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통제하기 힘든 대외 악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의 정책 실패보다 대외여건 악화를 경제 부진 이유로 앞세울 수 있었다. 올해도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겠지만, 예상대로라면 우리 경제만 유독 부진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올해도 기업활력 못 살리면…

올해 경제지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경기반등은 다행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10년, 20년, 50년을 내다본 경쟁력 확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반도체, 미래차, 바이오를 중심으로 세계 제조 4대 강국이 되겠다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지난해 발표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책도 내놨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기업들이 뛰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활력, 활기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촘촘해지는 규제는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들이 혁신적이라고 환호한 타다는 금지되고, 원격의료가 막혀 네이버가 의료플랫폼 사업을 일본에서 먼저 시작하는 게 현실이다.

4월 총선이 있다. 안 그래도 경제가 정치에 휘둘릴 상황이다. 경제 활력은 정부가 깃발을 흔든다고, 돈을 뿌린다고 살아나지 않는다. 어떤 대외 환경에도 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싶게 ‘대내 여건’을 만들면 된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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