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주 3회 '징검다리 연습'보다 하루 3시간 주 1회 '몰아치기'가 더 낫다

입력 2020-01-02 18:26   수정 2020-01-03 00:30


경자년(庚子年)이 시작됐습니다. 골퍼들에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올해 독자님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봄에는 완전히 달라진 골프를 보여주겠어!” 이런 다짐을 하셨다면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란 말이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옛말인데,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 합니다. 뜻한 바가 있다면, 그 끝에 꼭 다다르길 기원하겠습니다.

냉정한 현실 진단부터

긴 여정에 오르기 전 꼭 한 번쯤 짚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내 진짜 골프 실력 냉정히 바라보기, 타수 잃는 가장 큰 이유 찾기, 문제 해결 솔루션 투입량 등입니다. 멀리건도, 일파만파도, 오케이도 없는 진짜 내 실력을 인정할 수 있다면 문제점도 극명하게 드러날 겁니다. 진단이 구체적일수록 타수가 줄어들 확률도 올라간답니다. 홀별로 어느 클럽에서, 어느 거리에서, 어떤 상황에서 타수를 잃었는지 추적해 본다거나,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적중률 등 프로 투어에서 주로 쓰는 샷 통계 테이블에 맞춰 라운드를 복기해보는 식입니다. 퍼팅의 경우라면 1.5m짜리 파세이브가 취약한지, 10m 거리 2퍼트 홀아웃이 유달리 안 된다든지를 되짚어보는 거죠. 짧은 퍼팅이 많았는지, 지나간 퍼팅이 많았는지도 좋고요.

제가 미국투어를 뛸 때입니다. ‘여자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경기가 끝나면 늘 이런저런 통계를 빼곡히 적은 노트를 옆에 두고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범접하기 힘든 ‘1인자’였으면서도 말이죠. 요즘 미국 투어 프로들의 ‘데이터 사랑’은 더 정교해졌다고 합니다. 아예 빅데이터 전문가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자신의 샷 통계를 분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내 골프의 아킬레스건을 찾았다면 그다음이 적정한 목표세우기입니다. 솔직히 두 달여 겨울 연습으로 골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란 기대는 안 하는 게 맞습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봄 시즌에 다른 골퍼들보다 좀 더 빨리 내 실력을 끌어올리는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적응시간을 더 당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절대연습량’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제가 만나 본 많은 아마추어 골퍼 중 90%는 자신이 원하는 골프실력(혹은 타수)에 비해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겨우내 10타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만약 세웠다면 60일 내내 하루 2~3시간을 꼬박꼬박 투자해도 될까 말까 합니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두 번 연습장에 가고, 거기서도 1시간 정도 후다닥 공을 때리고 오는 분들이 대다수죠. 이런 정도로는 타수를 줄이기는커녕 잃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봐야 합니다.


상상 이상의 절대 연습량 필요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연습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가 쇼트게임 우선입니다. 아마도 취약점이 이 쇼트게임일 확률이 99%일 겁니다. 드라이버 롱아이언 우드 같은 롱게임용 클럽은 한두 달 집중한다고 해서 실전에서 확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설령 좋아졌다고 해도 안정적이지도 않고요. 프로들도 테이크백 하나만 3개월씩 연습하고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반면 쇼트게임은 짧은 기간에도 연습한 티가 확 나죠.

두 번째는 집중연습입니다. 하루 1시간 주 3회보다 하루 3시간 주 1회가 훨씬 효과가 좋아요. 2시간은 ‘충분한 몸풀기’로 활용하고, 근육경직이 풀리고 몸에 감이 오기 시작하는 3시간째가 진짜 연습의 호기란 얘깁니다. 그 정도 시간이 돼야 불필요한 힘이 빠지고(힘도 없고요), 각 근육과 관절이 서로 돕기 시작하는 ‘협응’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좋은 리듬과 템포, 밸런스, 타이밍이 몸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기계에서 공을 놔주는 대로 무작정 치는 건 금물입니다. 1시간에 50~60개를 쳐도 한 타 한 타 맛을 음미하고 가치를 매기며 쳐야 합니다. 예컨대 ‘타구음과 거리, 탄도 등이 어느 정도 맘에 드는 80점짜리 샷을 열 번에 세 번 이상 치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잡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렇게 하루 600개 정도를 훈련한 아마추어 골퍼가 10타 이상을 줄인 걸 실제 목격했답니다. 연습을 ‘질 우선’으로 하는 게 중요하지만 벽을 뛰어넘으려면 ‘양’도 필요하단 얘깁니다.

제가 아끼는 후배인 신지애 프로(32)는 이렇게 하루종일 1400개를 치곤 했답니다. 이런 땀과 눈물의 역사는 ‘곰발바닥’처럼 굳은살이 박인 그의 손바닥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고요. 연습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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