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이 외면한 '관제' 제로페이, 언제까지 혈세 퍼부을 건가

입력 2020-01-09 18:38   수정 2020-01-10 00:08

서울시가 지난해 말 간편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 관련 조례 개정안 19건을 공포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50% 깎아주는 것을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그런데 이용 실적이 저조하자 취지와 다른 공공시설 할인으로 실적 올리기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244개 시설에서 감면한 금액은 11억원이다. 올해 비용은 40억원으로 추산됐다.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제로페이 실적은 낙제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전국 가맹점 수는 32만 개, 거래건수는 333만 건을 기록했다. 거래금액은 767억원(서울 540억원)으로 목표(8조5300억원)의 1%에도 못 미쳤다. 공무원을 동원해 가맹점을 유치하고, 공공시설 할인을 제공하고, 서울시 업무추진비 등을 제로페이로 지급했는데 이 정도다. 올해부터는 정부 부처들도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우선 결제하기로 했다. ‘관제(官製) 페이’ 지적을 피해 민간 운영법인을 세웠지만 관 주도 운영 행태는 여전하다.

제로페이는 불편한 결제시스템과 부족한 소비자 혜택, 민간시장 포화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부진이 예고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가맹점을 50만 개로 늘리겠다며 100억원대 예산을 책정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용 지역화폐 2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7% 할인 혜택은 예산으로 충당한다. 제로페이 실적만 늘릴 수 있다면 세금은 얼마든지 써도 된다는 건가.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정부가 민간 시장에 개입하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예산과 행정력을 동원하고 일감을 몰아줘 제로페이를 키운다고 해서 시장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혈세만 축내고 민간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시장이 할 일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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