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등 바뀐 총선 환경…'반짝특수'노린 로펌들 선거TF 꾸려

입력 2020-01-19 11:40   수정 2020-01-19 13:03

오는 4월 15일 열리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형 법률회사(로펌)들이 선거철 ‘반짝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지난 연말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고 선거연령도 만 18세로 낮춰진 뒤 처음으로 치러지는 총선이다. 바뀐 선거제도에 따라 기존 정당외 군소정당이 난립하고, 만 18세의 약 50만 청소년 표심을 잡기위한 선거운동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로펌들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위사실 유포 등 자문, 피소당했을 때 수사나 재판 대응 등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별도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준비하고 있다.



◆바뀐 제도,대응도 달라져야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과거 어느때보다 △흑색선전에 따른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 선거사범 증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선거운동 증가 △경선 공천 과정에서 고소 고발 증가 등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원지검 공안부장 출신인 한정화 광장 변호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영향으로 기존 선거와 달리 각 지역 후보자별 선거운동보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한 정당별 선거운동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군소정당이 단기간에 다수 출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천헌금,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를 앞두고 ‘드루킹’과 같은 여론조작 범죄도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출신 이진한 태평양 변호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SNS를 통한 허위사실유포,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시간검색어 순위 조작 등 신종 선거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간 상호 과반수 확보를 위해 역대 어느 총선때보다 과열 혼탁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대검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2016년) 선거사범 입건수는 19대보다 23.5% 증가한 3176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허위사실유포 등 흑색선전사범은 73.1% 급증한 1129명을 기록했다. 금품선거, 여론조작 등 3대 선거범죄 가운데 흑색선전사범 비율은 지난 18대때 20.1%에서 19대 25.4%, 20대 35.6%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선거권자를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춤에 따라 생일이 빠른 일부 고교 3년생이 선거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변희찬 세종 변호사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교생 선거 참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거나 유권해석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전적 자문형태의 법률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자문 수요는 예선전인 당내 경선 단계부터 많아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검사 출신 이상진 바른 변호사는 “공천된 후보자가 당선자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은 호남,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당내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 매수, 무자격 당원의 경선 관여 등에 관한 불법 선거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략 공천 후유증에 따른 당 규칙을 활용한 이의제기나 고소·고발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사건 ‘승소’쏟아낸 태평양·광장

선거법은 금지 규정만 200개가 넘는 데다 해석상 논란이 많아 선거 수사와 재판 경험이 없은 일반 변호사는 자문이 불가능하다. 선거 전문 변호사는 극소수다.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박정수 지평 변호사는 “선거법 사건은 그 법리가 매우 복잡함에도 민사나 형사와 달리 법원 판례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못해 해석의 여지가 많은 측면이 있다”며 “당선됐다 하더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운동기간 이전부터 사전 자문을 받아야한다”라고 말했다. 보통 저렴한 가격 때문에 정치컨설팅 회사에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많지만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선거법 저촉행위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대형 로펌들의 경우 과거에 비해 수임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문턱’도 많이 낮아진 상태다.

태평양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고전인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과 윤진식 의원 사건을 비롯해 최근까지 박영선·박주선·윤영석 의원, 권선택 대전시장, 김성 장흥군수 등의 선거 관련 재판을 맡아 성과를 낸 바 있다. 태평양 선거대응팀은 판·검사, 경찰 출신의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됐다. 광주지검장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한 성영훈 변호사를 비롯해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역임하고 선거사범 수사실무서 집필을 주도한 이진한 변호사, 대검 공판송무과장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상고심의위원인 이상철 변호사, 종로구 선관위원장 등을 거친 22년 판사 경력의 홍기태 변호사 등이 주축이다. 최근엔 검찰 과학수사의 기틀을 닦은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 출신 정수봉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경기남부청 수사과장 출신 백남수 변호사, 대검 연구관 출신 허철호 변호사 등을 영입했다.

광장은 1심서 유죄가 난 사건을 최종 판결에서 무죄로 뒤집은 사례가 많다. 허위사실공표로 1심서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모 의원 사건에서 항소심과 상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모 군수가 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물 초청장을 보냈다가 1심서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사건을 맡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아 직위를 유지하도록 도왔다. 광장 선거대응 TF의 송찬엽 변호사는 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선거·정치자금법 사건 경험이 많다. 김용섭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선거전담재판부 부장판사 출신이며 서창희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출신이다. 한정화 변호사는 검찰 재직시 ‘공직선거법 벌칙해설서’와 ‘재외선거 대응방안’을 직접 집필한 선거사건 전문가다. 최근엔 선거사건 재판 경험이 많은 부장판사 출신 고범석·김성환 변호사를 영입했다.

◆‘영장기각’세종,‘당선유지’바른, 헌법에 강한 지평

세종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사례가 많다. 현영희 의원, 황철곤 마산시장 등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포항 김모 의원 사건, 정모 중구청장 사건에서 모두 영장을 기각시켰다. 세종은 기존 선거대응팀을 이번에 확대 개편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위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헌법소송 전문 변호사도 팀에 포함시켰다. 강원 선관위원장과 부산고법 선거전담재판부 재판장 출신의 윤재윤 변호사가 팀장이다. 대검 중수부장, 부산고검장을 역임한 김홍일 변호사와 통영군 선관위원장을 지낸 변희찬 변호사도 이 팀 소속이다. 박준영 의원 공천헌금 사건,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수사를 맡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서울남부지검 공안부장 출신 강정석 변호사와 드루킹 불법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 경력의 이경식 변호사도 팀에 합류했다.

바른은 선거 부당개입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안모 시장의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비롯해 박모·윤모 전 새누리당 의원, 이모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모 전 통합민주당 의원 등 사건에서도 무죄 및 당선 유지 판결을 받아냈다. 바른은 자체 연구모임인 ‘공직선거연구회’를 통해 선거 사건 최신 동향과 연구 사례들을 축적해왔다. 바른 반부패선거팀장은 18대, 19대 총선 당시 각각 광주지검과 수원지검에서 선거사건을 담당한 한명관 변호사가 맡고 있다. 검사시절 선거사범 수사로 명성이 높았던 김용철 변호사와 2015년 국내 유일의 공직선거 해설서 ‘형법론과 공직선거법’개정에 참여한 선거전담재판장 출신 강상덕 변호사도 이 팀 소속이다. 광주 대구 장흥 의정부 부산 등에서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장·조합장 선거를 모두 경험한 ‘공안통’검사 출신 이상진 변호사도 최근 합류했다.

지평은 20대 총선 유세 과정에서 허위사실공표로 기소된 모 의원 사건을 맡아 1심,2심, 대법원 모두 무죄를 이끌어냈다. 특히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언론인에 대한 선거운동 금지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이끌어냈고, 기탁금 관련 공직선거법 제56조 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내 선거와 관련한 ‘위헌소송’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14년 로펌업계 최초로 선거법전문팀을 구성한 것도 지평이다. 지평은 단순히 선거법에 관한 해석에 머물지 않고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에 관한 검토를 위해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을 필두로한 헌법소송팀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서울 중랑구 선관위원장을 역임한 강성국 변호사를 비롯해 전남 화순과 부천에서 선관위원장을 지낸 박정수 변호사, 서울고검 공판부장 출신 오자성 변호사, 제주지검 차장검사 출신 장기석 변호사,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출신 최세훈 변호사 등이 소속돼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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