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아빠 빤스 vs 아빠 찬스

입력 2020-01-13 17:56   수정 2020-01-13 18:10



최근 말 한마디로 정부여당을 들었다 놨다 하며 정계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비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들 수 있다.

한 때 고 노회찬 정의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방송을 이끌며 정의당을 홍보하는 대표적인 언론인 역할을 했던 징 교수가 정의당에서 등을 돌린 데 이어 그토록 지지했던 문재인 정부에까지 독설을 퍼붓는 저격수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당은 진 교수가 탈당의사를 밝히자 적극적으로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교수가 특히 20대 대학생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이후 그를 옹호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하다 일부 당원이 항의하거나 탈당하는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진 교수 또한 공정을 외치지만 공정하지 않고 정의를 외치지만 정의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던 조 전 장관 사태로 인해 정의당에 회의를 느끼고 탈당 의지를 굳혔다.

민주당과 함께 지지율이 급락하는 정세를 맞게 된 정의당은 뒤늦게 심상정 대표가 사과하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지만 오피니언 리더로 꼽혀온 진 교수의 탈당으로 다시금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게다가 탈당 과정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진중하지 못하다'고 진 교수를 저격하고 이에 진 교수가 "감사패를 버렸다"고 응수하면서 볼썽 사나운 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정의당 지지율은 조 장관이 임명된 직후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정의당은 조 장관 임명 전인 지난해 9월 첫주 리얼미터 조사에서 6.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둘째 주 조사에서는 0.7% 하락한 6.2%로 떨어졌고, 뒤이은 조사에서는 5%대로 내려앉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조 장관을 이른바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번 정의당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특권과 차별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청년들과 또 당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과는 심 대표의 조 장관 지지가 민심을 헤아린 결정이 아니라 단지 당리당략에 의한 것이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정의당에 등을 돌린 진 교수는 그 어떤 야당의원보다도 더욱 날카로운 칼을 연일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등에 꽂고있다.

진 교수는 12일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예비후보를 향해 "어차피 민주당은 특권과 세습을 옹호하는 정당 아닌가"라고 당과 문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진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세습이 아니다', '아빠 찬스가 아니다', 어쩌구 하는 헛소리만은 듣지 않게 해 달라. 역겨우니까"라며 일갈했다.



진 교수는 "문희상 아드님 왈 '국회의원은 세습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만 아빠 찬스는 단호히 거부한다. 세습은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다'(이라고 했다)"며 "국회의장 아드님이 50넘도록 독립을 못 하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제가 보기에 그 이유는 논리적 판단력 부족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제가 쉽게 설명해 드리죠"라며 "만약 지금 입고 계신 빤스가 원래 아빠가 입었던 거라면, 그걸 '아빠 빤스'라 부른다. 마찬가지 이치로 지금 갖고 계신 선거구가 원래 아빠가 갖고 있던 거라면, 그건 '아빠 찬스'라 부르는 것. 쉽죠?"라고 했다.

진 교수는 "(북 콘서트 때) 자리에 모인 분들, 아드님 때문에 와 계신 거 아니고 아버님 때문이다. 영상으로 축사 보내주신 분들 있죠? 그 분들 그거 아드님 봐서 해 주신 거 아니라 아버님 봐서 해 드린 것"이라며 "당에서 그 지역 아드님께 드린다고 하죠? 그거 아드님이 잘 해서 드리는 거 아닙니다. 아버님이 국회에서 잘 해서 드리는 것"이라고 꼬집은 후 "그러니 그 선거구, 맛있게 드세요. 민주당 어차피 특권과 세습을 옹호하는 정당 아닙니까"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 씨는 저서 <그 집 아들> 북콘서트에서 “아버지의 길을 걷겠지만 아빠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는 세습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지역주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어 “다 아시겠지만 제 나이가 올해 50”이라며 “적은 나이가 아니다. 나이 50이 돼서 아버지 뜻으로 (정치를) 하는 것 같이 말하면 섭섭하다”고도 했다. 또 “저도 혼자 서려고 하고 있다”고도 했다.

오늘 정치권서 주목을 끈 말 한마디 '아빠 빤스'는 진 교수가 아빠 찬스를 아빠 찬스라 하지 않고 모욕이라 역정낸 문희상 아들에게 들려준 뼈 있는 말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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