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생 창업, 강요해야 할까?

입력 2020-01-14 13:21   수정 2020-01-14 13:53



스탠포드 대학은 졸업생이 약 4만여개의 창업을 해서 2조7천억달러(우리나라 GDP의 2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만들고 있다. 또한 신규로 창출된 일자리는 5백만개에 달해 캘리포니아 지역에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한국의 대학을 통한 창업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및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학의 현실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사립 대학들은 재정난이 있고, 학생들은 창업보다는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준비에 바쁘다. 기업들은 공채를 줄이고 있고, 경력이 있는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는데, 막상 대학생들은 변화에 맞는 준비를 못하고 있는 듯하다.

“창업을 굳이 하지 마세요”
지난 12월 26일에서 27일 양일간, 곤지암 리조트에는 대학생 50여명이 모였다. 11개 대학 창업 동아리 학생들과 성신여대 대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창업캠프 아이디어톤’ 모임이었다. 1박2일 동안 ‘아이디어 발표, 비즈니스캔버스(Business Canvas) 실습, 멘토링, IR자료 작성, 최종 발표’ 순으로 진행이 되었다. 밤 늦게까지 그리고 다음 날 최종 발표 시간까지 학생들은 피곤하지만 한 편으로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들었을 거다. 짧은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과정을, 다른 배경을 가진 타 대학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게 흔한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행사는 잘 끝났다. 학생들의 피드백도 매우 좋았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끝일까? 겨울방학이 끝나고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밀린 리포트와 팀프로젝트와 시험 준비에 정신이 없을 거다. 창업 캠프는 그냥 좋은 추억으로만 남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에게 ‘창업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실제 창업팀이 배출이 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양이 쌓여야 질적으로 변화가 시작된다. 사실, 학생들은 창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일부 소수의 준비된 학생들은, ‘학생 창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학생으로서 갖지 못할 엄청난 부를 만들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창업은 버거운 일이다. 국가도, 학교도, 기성 세대도 청년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강요할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창업을 할지 말지는 학생들 스스로의 ‘인생을 좌우할 선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창업을 이야기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창업(創業)’은 말 그대로 ‘업을 창출함’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Value Creating)’ 일이다. 더 나아가 창업자에게 창업이란 자기 스스로의 존재론적,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이다. ‘나는 왜 태어났고,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떠한 사람인가? 나는 이 공동체에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 창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가 있다. 내가 만들 새로운 가치가 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나는 후회없이 그것을 위해 수 년간, 수 십 년간 헌신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도 사회도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돈은 그 과정에서 저절로 따라온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취업할까 창업할까?”
여전히 개별 대학생들에게 질문은 남아있다. 졸업 후 취업을 해야 할까? 창업을 해야 할까? 다시 현실의 추위가 밀려온다. 선배들이 어떻고, 누가 놀고 있고, 누군 대기업에 들어갔고 이런 흉흉한 소문을 듣고 있으면, 사치스러운 존재론적 고민은 다시 밀려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취업에 목을 매는 대학생들보다는 창업 역량을 지닌 대학생들을 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원하는 인재는, 어떤 프로세스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분업자’가 아니라, 3D 프린터처럼 전체를 아우르고 통찰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장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업은 로봇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찰력은 인간이 컴퓨터보다 아직은 앞서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취업을 한다는 것은 개별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내가 기업 안에서 가치가 없다면 나는 퇴출될 것이고, 내가 조직에 과도한 가치를 더하고 있다면 나는 더 나은 조건으로 타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될 것이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내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했다면 그 보상은 지나칠 정도로 클 것이고, 내가 의도했던 일이 사실은 세상이 원하지 않은 일이라면 나는 실패할 것이다.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이제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창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려 본적이 있을 거다. 밤에 잠이 안 오고, 더 깊이 고민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즐거운 고통. 창업은 힘든 일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히 ‘성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패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청년 대학생들은 다른 기회에 더 크게 쓰임을 받을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창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세상에 이끌려가지 않고 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람일 거다. 그래서 창업은 최선의 취업 전략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것처럼.

글=신동원 교수, 성신여대 창업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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