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뢰사회 기반 허무는 금융·보험 사기, 일벌백계로 근절해야

입력 2020-01-15 18:10   수정 2020-01-16 00:22

‘참사’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로 금융시장이 얼룩지고 있다. DLS(파생결합증권) 판매와 라임 환매중단 등 초유의 사태마다 금융시장의 양대 축인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맨 앞줄에 주범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의 사고, 꾀병 등의 보험사기도 근절되기는커녕 해마다 급증해 가뜩이나 저금리에 시달리는 보험산업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액만 5조원에 육박하는 ‘라임 사태’의 전개과정을 보면 혼탁한 금융시장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라임펀드는 최근 5000억원 규모의 ‘3차 환매 중단’을 펀드가입자들에게 통보했다. 지난해 10월 1·2차 환매 중단 때 묶인 펀드 가입액 1조5000억원을 합하면, 직접 피해액만 2조원에 달한다. 간접 피해액도 2조5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라임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4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펀드 편입 당시보다 2조50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에서 ‘작전세력’은 보조역할을 했을 뿐이며, 주포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제도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자본시장 신뢰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명·해외 증권사 출신인 이들은 기업사냥꾼들의 위험한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전주 노릇을 하고, 사기와 다를 바 없는 폰지(다단계 금융)게임을 벌였다.

작년 10월 최초 펀드 환매중단 직전에는 수천억원을 정상펀드에서 부실펀드로 빼돌리는 ‘돌려막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가입자의 투자금을 환매해주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는 불법적 돌려막기가 금융감독원이 편법·불법 운용을 한창 조사 중이던 시기에 일어난 것도 충격적이다.

금융시장 신뢰 추락은 보험사기 횡행에서도 확인된다. 금융당국이 적발한 작년 상반기 보험사기는 4134억원으로, 연말 기준으로 첫 8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적발되지 않았거나 사실상 사기로 볼 수 있는 ‘암수(dark figure) 범죄’를 감안한 총누수액은 적발액의 8~9배라는 연구(서울대·보험연구원 공동) 결과를 적용하면 총 피해액은 가구당 4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기가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키운다. 10대 청소년의 보험사기가 지난해 24.2%(상반기 기준) 급증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버젓이 가담자를 모집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신뢰산업으로 불리는 금융시장의 막장 드라마들은 끝없이 추락 중인 우리 사회의 도덕과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자화상일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인당 사기범죄 비율이 1위(2013년 기준)이고, 사기·위증·무고죄가 일본의 수백 배라는 오명을 이미 안고 있다. 인터넷만 들어가도 가짜 서류를 만들어 실업급여나 정부수당을 타먹었다는 자랑 아닌 자랑이 넘치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을 진앙지로 한 위선과 거짓이 판치는 마당에 금융시장의 일탈적 행위들이 방치된다면 ‘공정 사회’라는 정부의 구호는 내걸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될 것이다. 금융·보험사기에 대한 발상 전환과 일벌백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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