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硏 수장까지 '총선용 사표'

입력 2020-01-16 17:54   수정 2020-01-17 01:09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사진)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이 이례적으로 정치권으로 직행하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정책 연구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과 “참정권은 누구에게나 기본 권리”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에 따르면 이 원장은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출마하겠다”며 전날 사직서를 냈다. 이 원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였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양산 갑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선택을 받아보려 한다”며 “대외경제 협력 강화 분야에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양산 갑 출마를 선언한 박선미 공인회계사, 김성훈 전 경남도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은 대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가 정책의 산실(産室)인 국책연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국책연구기관 부원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국책연구기관장이 물갈이되는 건 많이 봤지만 스스로 사표를 내고 총선 레이스에 뛰어드는 기관장은 처음 봤다”며 “이런 일이 빈번해지면 국책연구기관도 공공기관처럼 ‘낙하산 인사’들의 총선 징검다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국책연구기관장은 “정치에 뜻을 가진 기관장이 생겨나면 구성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국책연구기관이 ‘여당 싱크탱크’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반도 평화경제’ ‘신남방·북방정책’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KIEP가 지난해 8월 연 ‘비무장지대(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KIEP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 기획한 이 행사는 지난해 초 이 원장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건의해 성사됐다. 일각에선 “정책연구 활동으로 쌓은 전문성을 입법 활동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연구기관 출신이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4·15 총선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 시한은 이날까지였다. 공공기관장 중에서는 이 원장 외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이 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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