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13개 자치구 "공시지가 낮춰달라"

입력 2020-01-19 17:00   수정 2020-01-20 03:28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자치구가 정부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파른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세금 폭탄’ 우려 때문이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표로 이용되는 만큼 자치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납세자들의 조세저항 움직임도 커질 전망이다.

강남권 자치구 대거 ‘반발’

19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13개 자치구가 국토교통부에 표준지 공시지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강남·서초·동작·마포·서대문·성동·성북·강북·동대문·영등포·중랑·종로·중구 등이다. 국토부는 한국감정평가협회에서 조사한 표준지 공시예정가격에 대해 작년 12월 24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지방자치단체별 이의 신청을 받았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에 활용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개별 공시지가가 산정되기 때문에 상승률에 따라 보유·증여세가 오르고 기초연금 등도 박탈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13일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표준지 공시지가를 낮춰 달라는 의견을 보냈다. 10.33%에 이르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예정 상승률을 8.68%로 내려 달라는 내용이다. 올해 공시지가가 8.65% 상승할 예정인 서초구는 일부 필지의 지가 상승률을 낮춰달라는 의견을 냈다. 동작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대거 진행되는 사당동의 지가 상승률을 문제 삼았다. 강북에서도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은 자치구가 대거 반기를 들었다. 마포구, 서대문구, 성동구, 성북구 등이다.

성동구는 2호선 왕십리역 인근의 금호동, 행당동 아파트 인근의 공시지가가 평균 11.25% 상승할 예정으로 이를 9.48%까지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성수동 서울숲 인근은 13.39% 올라 이를 9.20%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덩달아 인근 상가의 과세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성수동은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지가 상승률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공시지가 예정 상승률 6.12%를 기록한 성북구는 돈암동, 정릉동, 장위동에서 15% 이상 급등한 20필지의 상승률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8.6% 상승이 예정된 영등포구는 영등포역 일대 후면지역의 6필지에 대한 지가 상승률 인하를 요구했다. 이 밖에 동대문구는 휘경동 재개발 지역의 상승률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마포구도 올해 지가 상승률 7.97%를 기록할 예정이어서 하향 조정을 요청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상승률 30%에서 50% 초과 구간 24필지는 점진적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가 예상 상승률 5.02%를 기록한 중구도 일부 필지에 대해 조정의견을 제시했다.

“이의신청 반영률은 미미해”

표준지 공시예정가격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은 곳은 송파·강동·광진·양천·강서·노원·관악·금천·구로·도봉·은평·용산 등 12개 자치구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잠실동 아파트값 상승률에 비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며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일대의 지가 상승률은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관계자도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지 않아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세와 부담금 부과의 기준을 삼기 위해 매년 전국 50만 필지에 대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한다. 이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나머지 토지에 대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지자체는 ‘공시지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간 가격 왜곡 문제에 대해 정부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이의신청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13일 표준지 공시지가를 확정·공시한다. 이어 4월 10일께 전국의 개별 공시지가를 확정 공시하고 다시 한번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오는 5월 개별 공시지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지자체의 공시지가 하향 요구를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작년에도 최종 표준지 공시지가가 소폭 조정되는 데 그쳤다.

배정철/최다은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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