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PEF의 밸류업 사례탐구] 결혼 줄어드는 데 예식장 아펠가모 급성장시킨 유니슨캐피탈

입력 2019-12-31 09:03   수정 2021-10-12 16:13

<p style="margin-bottom:35px; color:#2d50af; font-size:15px; text-align:center">이 기사는 12월 31일 09:03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p>

≪이 기사는 12월31일(09: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예복·웨딩사진 끼워팔기, 현금결제 강요, 식권 빼돌리기…
국내 예식장들이 신랑과 신부들에게 가해 왔던 대표적인 횡포들이다. 이런 악습은 지금도 완전히 근절되지 않은채 신랑과 신부를 울리고 있다.

‘아펠가모-더채플’은 이런 악습을 몰아내고 서비스 품질을 높인 덕분에 짧은 기간에 웨딩홀 업계 1위 업체가 됐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이 2016년 인수한 뒤 업계의 견제를 이겨내고 체계화된 예식장 사업의 표준을 만든 게 결정적 계기였다.

CJ푸드빌의 한 사업부로 출발해 예식장 업주들의 반발과 동반성장위원회 규제로 존폐 기로에 서있던 아펠가모는 유니슨캐피탈 인수 이후 자립 가능한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됐다는 평가다. 2015년 매출 243억원 불과했던 아펠가모는 4년만에 연 매출 530억원(2018년 기준)에 도달했다.

◆대기업의 ‘미운오리새끼’ 입양

혼탁한 웨딩업계에서 기회를 포착한 대기업 계열사들은 2010년대 초반 잇따라 예식업 시장에 진출했다. 합리적인 서비스를 내세워 개인과 소규모 업체가 난립한 예식장 업계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아펠가모는 CJ푸드빌의 예식장 브랜드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기존 예식장 업주들의 거센 반발과 동반성장위원회의 압력으로 대기업들의 예식장 사업 확장은 좌절됐다. CJ도 결국 예식장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이 때 CJ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게 유니슨이었다. 유니슨은 자사가 아펠가모를 인수하면 ‘대기업 때리기’를 피할 수 있어 경영만 제대로 하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아펠가모 사업부 인수 대금은 약 400억원이었다. 유니슨은 100여명의 CJ 직원 가운데 90명 가량을 설득 끝에 아펠가모로 '모셔' 오는데 성공했다. 당시 아펠가모 사업부 직원들 입장에서 유니슨이 인수한 아펠가모로 옮기는 것은 중소기업 직원이 되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선택하면 CJ 직원으로 남을 수 있었다. 곽승웅 유니슨 파트너는 "인수를 앞두고 웨딩홀을 찾아 다니며 직원들을 만나 유니슨이 그리는 회사의 비전을 설명했다"며 "이에 대해 직원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중소기업 아펠가모에 합류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니슨은 아펠가모를 인수하자마자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한 것이 고급 웨딩 브랜드 ‘더채플’을 추가로 인수한 것이다. 더채플 운영사 유모멘트는 CJ푸드빌 사업팀 일부가 독립해 2013년 설립한 회사였다.

곽 파트너는 “더 채플은 당시 매출 203억원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2015년 기준) 19억원 수준으로 규모와 브랜드 이미지가 아펠가모와 비슷해 최적의 합병 상대였다”고 말했다.

유니슨은 유모멘트의 제3자배정유상증자에 참여, 18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60%와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나머지 40%는 유모멘트 창업 멤버 등이 보유하기로 했다.

◆대형화·시스템화로 ‘가성비’ 잡아

유니슨은 두 회사 인수로 웨딩홀 7곳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뒤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고 서비스 체계를 정비했다. 아펠가모는 CJ푸드빌에서 웨딩연회사업팀을 분사해서 나온 탓에 예식장 운영 조직 이외에는 전사 관리 조직이 없어 보강이 시급했다.

유니슨은 외부에서 대표이사 및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영입하고 관리인력을 확충했다. 경영진은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추진하고, 식자재 구매와 관리 부서를 일원화해 중복 지출을 줄였다. 그 결과 양질의 식재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재고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예약 시스템은 100% 전산화했다. 신부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해 준비 상황을 체크해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을 배려하는 동시에 약혼이 깨지거나 마음이 변해 식장을 옮겨 발생하는 회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서비스 시행 후 신부들에게 “예식장 측이 세심하게 신경 쓰고 관리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결혼·육아 정보 카페 레몬테라스에는 “정찰제라 웨딩 플래너를 통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었다”, “하객들이 식사가 맛있다고 만족해 왜 ‘밥펠가모’로 불리는지 이해했다”는 등 결혼한 회원들의 칭찬이 잇따랐다.

입소문을 타고 고객이 늘어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급성장했다. 아펠가모와 유모멘트 두 법인 전체 매출은 2015년 446억원에서 지난해 530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전문가의 경험과 직감에 의존했던 신규 예식장 출점 절차도 체계화했다. 웨딩홀 입지 선정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유니슨의 투자심의위원회를 벤치마킹한 의사 결정 시스템도 도입했다. 건물주가 예식홀에 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을 분배 받는 출점 모델도 만들었다.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빠른 확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유니슨은 180억원 규모의 신주 투자를 통해 신규 출점에 필요한 자금도 지원했다. 한 번에 40억~50억원이 드는 신규 출점에 실패하지 않은 덕분에 아펠가모-유모멘트는 단기간에 예식홀 11곳 규모로 성장했다.

◆‘아름다운 이별’ 후에도 성장 지속

경영이 궤도에 올라 매출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PEF운용사 에버그린과 해외 투자자 컨소시엄으로부터 아펠가모-유모멘트에 대한 인수 제의가 왔다. 에버그린에는 2013년 더채플을 공동 창업한 운용 인력들이 있었다.

유니슨 경영진은 고민 끝에 바통을 넘기기로 했다. 곽 파트너는 “유니슨이 투자 이전에 구상했던 그림의 대부분을 완성했기 때문에 이제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주주에게 회사를 맡기는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매자가 유니슨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충분한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투자 시 명확한 투자 논거를 갖고 이를 조직적으로 실행에 옮기며 유니슨의 역할이 끝나면 더 좋은 주주에게 회사를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협상 끝에 유니슨은 3년 만인 지난 5월 에버그린 컨소시엄에 아펠가모-유모멘트를 13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이후에도 아펠가모-유모멘트는 신규 브랜드를 도입한 루벨 강동점을 성공적으로 오픈했고 내년에는 더채플 논현점을 오픈하는 등 성장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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