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하면 전두엽 손상 의심

입력 2020-01-25 13:03   수정 2020-01-25 16:19

가족들이 모이는 설 명절에는 가족 간 술자리도 늘어난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가족, 친지간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설과 같은 명절은 가족의 술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평소 술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음주 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이전보다 심각해지지는 않았는지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술은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을 마비시킨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 통제 기능을 억제시킨다. 이 때문에 평소 잘 억제되고 조절되던 여러 욕구가 마구 분출돼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하기 쉬워진다. 술을 마시고 이런 과격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전두엽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이 원장은 "전두엽은 뇌에서 이성적 사고와 판단,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데 오랜 기간 과음이 지속될수록 알코올에 의해 전두엽이 손상되면서 충동 조절 기능이 떨어진다"며 "처음에는 술을 마실 때만 나타나던 폭력성이나 공격성이 나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쉽게 나타나거나 더 강화돼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증상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술 마신 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도 알코올 때문에 뇌가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 원장은 "블랙아웃은 치매 전조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필름이 자주 끊긴다는 것은 술의 양과 상관없이 이미 뇌세포가 알코올에 의해 손상을 받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연령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알코올성 치매를 겪는 환자 대부분이 블랙아웃을 경험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술을 마실 때마다 나타나는 술버릇이나 주사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완전히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마다 울거나 화를 내는 술버릇도 알코올 중독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술을 마시고 가족들을 괴롭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원장은 "일단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주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스스로 술의 양을 조절해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가까운 가족일수록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적어 심리적으로 자신의 술 문제를 감추거나 숨기려는 노력을 덜하게 되기 때문에 주사를 발견하기가 쉽다"고 했다.

그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술버릇이나 주사를 '그럴 수도 있지'하며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설 명절 술자리에서 가족 간 회포를 푸는 데 그치지 말고 가족의 술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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