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면 이혼 소송 급증…90년대엔 "직장 여성이 시댁에 소홀" 이유로도 승소

입력 2020-01-26 08:59   수정 2020-01-26 09:01


설날을 비롯한 명절에 부부간 갈등이 심해져 명절 직후 이혼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이혼'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8년 설연휴 다음달인 그해 3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은 3211건으로 직전 달(2454건)보다 30.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설연휴 다음달 제기된 이혼소송은 2897건으로 전달(2543건)에 비해 13.9% 증가했다. 2014~2016년에도 각각 14.7%, 39.5%, 28% 등으로 모두 늘었다.

재판을 거치지 않는 협의이혼 신청 건수도 연휴가 끝난 뒤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8년 설연휴 다음달 법원에 접수된 협의이혼 신청 건수는 1만1116건으로 전달(8880건) 대비 25.2% 늘었다. 2014년엔 13.8% 더 높았고, 2015년 33.1%, 2016년 25.9%, 2017년 15.4%로 모두 증가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설이나 명절을 계기로 가족들 간 누적된 갈등이 폭발해 연휴 직후 이혼상담 건수가 체감상 2배 정도 늘어난다"며 "이혼소송과 함께 부인이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 등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관련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민법 제840조에 따르면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양성 평등한 문화가 자리잡으며 법원 판단도 변화해 왔다.

1990년대에는 아내나 며느리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1994년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 판례에 따르면 결혼 14년차 A씨가 아내 B씨가 맞벌이를 이유로 시부모를 소홀히 대한다며 제기한 이혼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맏며느리인 B씨가 결혼 이후 시부모의 생신이나 명절에 시댁을 제대로 찾지도 않는 등 전통적인 윤리의식이 부족했다"며 "B씨가 전통적인 며느리의 역할을 소홀히 해 가정불화가 야기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00년대 들어서 판례가 바뀌기 시작했다. 2003년 대전지방법원 가사단독부는 남편 C씨가 아내 D씨를 상대로 "시댁 식구들에게 극도로 인색하고 남편에게 포악한 처신을 일삼는다"며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C씨는 D씨에게 시댁에 대한 일방적 양보와 희생을 강요했으며 불만을 폭력으로 해소하는 등 배우자로서 신의를 저버린 만큼 불화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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