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11)김정은에게 ‘직언하는 충신’이 있을까

입력 2020-01-27 08:07   수정 2020-01-27 13:55

[들어가며] 통일부에 출입하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읽기 시작한 게 2017년 4월부터였습니다. 때로는 어이 없고, 때로는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때로는 쓴웃음도 나오는 북한 뉴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얼마 안 있어 년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립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 또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여야 할것이다.”(이수용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2019년 12월 9일 담화)

“조·미(북·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여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수도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것이다. 남조선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여들었다가 본전도 못챙기는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있는것이 좋을것이다.”(김계관 북한 외무상 고문, 2020년 1월 11일 담화)

북한 외교가의 양대 원로로 꼽히는 이수용과 김계관이 이 같은 담화를 냈을 때, 전문가들이 제기한 의문이 있었다. “대체 지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옆엔 누가 참모 노릇을 하고 있는가.”

두 사람은 이런 담화를 낼 ‘급’이 아니다. 아무리 북한이 김정은의 1인 독재체제라 해도, 의사결정의 모든 과정이 김정은 혼자 결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곁에서 수십 년 동안 대미 외교 라인을 책임져 온 만큼, 그들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는 김정은이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수용과 김계관은 외교관답지 않은 거친 언사를 동원한 담화를 냈다. 북한 외교가에서도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김계관은 이미 지난해부터 고문으로 물러앉았다. 이수용은 이용호, 최선희와 함께 북한의 대미 외교 라인 총책임자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4년여 동안 외무상 자리를 지켜 온 이용호를 밀어내고,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새 외무상으로 앉혔다. 23일 평양에서 열리는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용도 당 부위원장 명단에서 사라졌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이 같은 인사조치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에 “원로들까지 과잉 충성경쟁에 동원시켜 대북제재 아래 초조해 하는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은 인사를 1~2년에 한 번씩 하며, 한 자리에 같은 인물을 오래 두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북한 특유의 정책 지속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곁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여정같은 직계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김정은 옆에서 감히 현실적인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을 것 같다”며 “김정은의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들까지 목숨을 지키기 위해 벌벌 떠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며 ‘새로운 길’에 대해서 북한 내부의 고민도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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