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봉투 얇아도 情 나누는 행사 '풍성'

입력 2020-01-23 15:37   수정 2020-01-24 00:56


설 연휴를 맞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지갑은 올해 더 가벼울 것으로 예상된다. 상여금(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지급한 중소기업이 10곳 중 5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휴일도 법정 대체휴일(27일)을 포함해 4일 모두 쉬는 중소기업 비율이 89.5%에 달했다. 회사 창립기념일 등을 별도로 붙여 쉬는 곳도 늘었다. 두둑한 명절 상여금은 사라졌지만 임직원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열어 함께 즐기는 문화는 확산되고 있다.

“상여금 줄 계획 있다” 중기 절반 그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중소기업 858곳을 대상으로 벌인 ‘2020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 조사’ 결과 자금 사정이 곤란한 중소기업이 절반(49.7%)에 달했다. 판매 부진과 인건비 상승, 원부자재 가격 상승, 판매대금 회수 지연, 납품대금 단가 동결·인하 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설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업체도 50.1%에 그쳤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들 업체는 정액 지급 시 1인당 평균 62만4000원, 정률 지급 시 기본급의 46.3%를 줄 예정이라고 답했다.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중소기업 비율은 2015년(63.8%)보다 크게 낮아졌고, 상여금 규모도 당시 1인당 평균 예상 상여금(74만원 또는 기본급의 63%)보다 작았다.

직원 경매·사회 공헌 등 소소한 기쁨

중소·중견기업계에선 두둑한 상여금 대신 전 임직원이 함께하는 이벤트로 명절 분위기를 내는 곳이 늘고 있다.

온라인 교육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휴넷은 거래처에서 보내온 명절 선물을 차곡차곡 모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매를 한다. ‘명절 선물 안 주고 안 받기’가 원칙이지만 거래처 선물을 모두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강당에 모여서 하던 방식은 온라인 경매로 바뀌었다. 호가는 해당 물품의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인터넷 최저가의 50%)에서 출발한다. 올해에도 20여 개 품목이 경매에 부쳐진다. 수익금은 지역 복지관이나 비정부기구(NGO)에 기부할 예정이다.

직원 수가 70여 명인 다이어트 업체 다노도 지난 21일 회사로 배달된 각종 선물 세트를 전 직원이 뽑아 나누는 ‘명절 럭키 드로(제비뽑기)’ 이벤트를 했다. 정범윤 다노 대표는 “식품공장 등 협력사가 보내온 선물 중 한우나 홍삼 등을 뽑은 직원들이 크게 좋아했다”고 말했다.

건축용 데크플레이트(거푸집 대체 철제 자재)를 생산하는 덕신하우징은 21일 전 임직원이 서울 사옥과 천안·군산공장 인근 어린이시설에서 나눔활동을 펼쳤다. 공장 근처 어린이시설에 세탁기, 기저귀, 유아용 침대, CD플레이어 등 필요한 용품을 전달했다. 최영복 덕신하우징 대표는 “‘나눔과 배려’라는 회사의 사회공헌 모토를 실천하며 이웃을 챙기는 명절을 보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직거래 농산물·차례상 식재료 선물

초고압 펌프를 생산하는 일신오토클레이브에선 명절마다 ‘먹는 일’이 최대 관심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추석 때 논산지역 멜론을 대량 구매했고, 이번 설에는 강원 양구의 유기농 시래기 상품(200여 개)을 직거래로 사들여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명절 연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출신 국가별로 현지 물품을 선물로 마련해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김현효 대표는 “체감 경기가 좋진 않지만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주고 국내 농가에서 직접 구매해 중간 마진이 없는 농산물을 따로 마련했다”며 “기업과 농가 모두 상생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치과용 엑스레이 및 의료기기 업체 바텍네트웍스도 매년 농가를 돕자는 의미에서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못난이 과일이나 직원들의 친인척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영남요’의 도자기 그룻 1000개를 특별 주문해 직원들과 나눴다. 문인화가 인강 신은숙 화백이 파랑새를 그려넣은 한정판 그릇이다. 식사를 같이 하는 소중한 사람들(직원)과의 ‘동행’이라는 의미를 되짚어 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교육·생활가전 중견업체인 교원그룹은 차례상 식재료와 양념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나눠줬다.

문혜정/김정은/나수지/서기열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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