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메우려 또 올리나…주택용보다 비싸진 산업현장 전기요금

입력 2020-01-28 17:43   수정 2020-01-29 00:50


철강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사상 처음으로 주택용보다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가정용과 달리 기업들만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지급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작년 1~11월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평균 105.8원으로 계산됐다. 주택용 요금(㎾h당 104.8원)보다 평균 1.0원 높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0년만 해도 ㎾h당 76.6원으로, 주택용(119.9원)의 63.9%에 그쳤다. 공장과 건물 등에 한꺼번에 공급하는 전력 특성상 송·배전 원가가 저렴한 데다 기업 활력 제고 차원에서 할인·특례 등 정책적 배려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주택용에 대해선 누진제 완화 등 지속적인 요금 인하에 나서면서도 집단 저항이 적은 산업용 요금은 올리거나 인하를 억제하면서 역전됐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에선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이 40~70% 정도로 낮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용 전기는 대량 공급하는 데다 값싼 심야 전력을 많이 쓰기 때문에 원가가 가정용보다 훨씬 낮다”며 “산업용 요금을 주택용보다 높거나 비슷하게 책정하는 건 제조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작년 계약종별 전기 판매량을 보면 산업용이 전체의 55.6%로 가장 많았다. 상가 등의 일반용(22.3%) 주택용(14.0%) 농사용(3.6%) 교육용(1.6%) 등이 뒤를 이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美·日은 내리는 산업용 전기료
정부, 한전 적자 메우려 또 올리나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처음으로 주택용보다 비싸진 건 정부가 요금 제도에 민감해 하는 가정용에만 각종 할인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 소비의 56%를 차지하는 산업용 요금은 제도 개편 논의가 나올 때마다 번번이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국전력의 막대한 영업적자를 메울 카드로 산업용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제조업체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일·독에선 산업용이 반값인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5년만 해도 주택용의 절반 정도였다. 당시 산업용은 ㎾h당 60.25원, 주택용은 110.82원이었다. 주택용 대비 산업용 요금은 2010년 63.9%로 오른 데 이어 2015년엔 86.8%까지 근접했다. 작년 1~11월엔 역대 처음으로 101.0%로 역전됐다.

이는 주요국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기준으로 각국 전기요금 체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산업용 요금은 주택용의 53.6%에 불과했다. 프랑스(55.9%) 독일(43.7%) 영국(62.5%) 일본(69.3%) 등도 낮았다. 같은 해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요금은 87.1%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부가 한전의 적자 심화를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또다시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전은 심야시간대의 산업용 요금을 올 하반기부터 올리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심야요금 조정만으로 연간 최소 수천억원의 추가 수익을 낼 것이란 게 전력업계의 추산이다.

미국 중국 대만 등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한전이 지난 10년간 주택용 전기요금은 소폭 올렸지만 산업용은 열 차례에 걸쳐 70% 이상 인상했다”며 “산업용의 발전 원가가 훨씬 싸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산업·상가 전력 수요 첫 감소

작년 전력 판매량은 역대 처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1월의 전력 판매량은 총 4억7577만㎿h였다. 2018년 같은 기간(4억8083만㎿h) 대비 1.1% 감소했다. 한전 관계자는 “작년 12월에 전력 사용량 급증 등 변수가 없었던 만큼 1~11월의 추세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 소비는 2018년까지만 해도 연간 2~3% 증가해왔다.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전력 수요가 급증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에도 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 늘었다.

전력 판매가 줄어든 것은 공장 가동률 하락 등 경기 부진이 주된 배경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작년 4월(-0.8%)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1.1% 줄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쓰는 일반용 전기의 경우 같은 기간 0.8% 감소했고, 주택용 전기는 0.5% 쪼그라들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작년 2.0% 성장한 상황에서 전력 소비가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라며 “산업 활동이 둔화한 가운데 전력 다소비 업종의 집중적인 설비 보수, 기온 효과 등이 겹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태양광 많이 지어도 효율 낮아

한전의 전력통계엔 또 다른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탈원전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현 정부가 작년 태양광 설비를 집중적으로 확대했으나 전체 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의 효율성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란 게 에너지업계의 설명이다.

작년 1~11월 기준 신재생 발전 비중은 6.5%로, 2018년(6.2%) 대비 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역학과 교수는 “작년 2GW 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는데도 하루 가동률이 4시간도 안 되는 탓에 효율성이 낮았던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전국적으로 설치한 태양광의 효율이 최근 조기폐쇄한 월성 원전 1호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추세라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정부 계획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작년 원전의 발전 비중은 26.3%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탈원전을 공식화하기 이전인 2016년(30.0%)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발전 비중은 같은 기간 39.5%에서 40.7%로, 액화천연가스(LNG)는 22.4%에서 24.9%로 증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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