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ESG 지표가 투자 핵심 변수로 뜨는데…한국선 돈 빠지는 '사회책임 펀드'

입력 2020-01-30 15:41   수정 2020-01-31 01:04


글로벌 증시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지표는 특정 기업에 대해 투자를 결정짓는 핵심변수로 자리 잡았다. 약 40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는 지난 28일(현지시간) ESG 개선안이 부실한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도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ESG 투자원칙을 발표하는 등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개미’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적책임투자(SRI) 펀드에선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1개 SRI펀드에서 최근 3개월간 237억원이 순유출됐다.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 등으로 이 기간에 국내 주식형펀드에 1조1263억원이 들어온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은 지난해 SRI펀드에 총 206억달러(약 24조4007억원)가 유입됐다. 전년 순유입 금액(55억달러·약 6조5159억원)에 비해 3.7배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전체 운용자산에서 ESG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한국에서 SRI펀드 투자가 부진한 핵심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일반 주식형펀드와 눈에 띄는 차별점이 없다는 사실을 꼽는다. SRI펀드 중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8.05%로 가장 높은 ‘우리G 기업가치향상 장기펀드’는 삼성전자(20.9%), SK하이닉스(4.2%) 등 대형주를 25% 이상 담았다.

설정액(531억원)이 가장 큰 ‘마이다스 책임투자 펀드’(최근 3개월 수익률 7.83%)도 포트폴리오 비중 상위 5개 중 3개가 삼성전자(7.3%), 삼성전자우(7.2%), 삼성SDI(2.1%) 등 삼성그룹주다. 정보기술(IT)주를 많이 담은 일반 액티브 주식형펀드 중 이들보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많다.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1’(21.61%)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자’(14.71%) 등은 수익률이 주요 SRI펀드의 2~3배에 달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ESG 관련 간판 평가기관인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2019년 ESG 평가 대상은 924개로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전체 상장사(2204개)의 절반 미만”이라며 “이 중 상당수는 평가가 가능하고, 평가받을 의지가 있는 대형주로 구성돼 있어 SRI펀드라고 해도 일반 주식형펀드와 다른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한국 투자자들이 SRI펀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SRI펀드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한국 투자자들은 SRI펀드를 일반 테마형 펀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3개월간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된 것은 작년 말부터 증시가 반등하자 단기간에 수익을 확정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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