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의 파격실험 "영업점, 돈 안벌어도 OK"

입력 2020-01-30 17:15   수정 2020-01-31 09:08

신한은행이 일부 영업점에 대해선 ‘실적 경쟁’을 시키지 않기로 했다. 돈은 안 벌어도 좋으니 소비자 편의를 제공하는 데 집중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은행이 각 영업점에서 얼마나 많이 대출을 취급하고 투자상품을 가입시키느냐를 따져 고과를 매기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실험이다.

은행을 ‘동네 사랑방’으로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3일부터 서울 영업점 중 다섯 곳을 ‘고객 중심 영업점’으로 개편한다. 신내동, 난곡, 신림동, 오류동, 하계동이 대상이다. 다른 영업점에 비해 실적은 낮은 편이지만 고령층 방문 비중이 높은 곳이다.

이곳은 전국 영업점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실적평가(KPI) 경쟁에서 제외키로 했다.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소비자 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라는 취지다. 이 영업점의 연간 목표는 지점장이 현장 직원들과 논의해 자유롭게 정한다. 영업점에 할당되는 실적 부담이 낮아지는 만큼 창구 직원들도 상품 판매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각종 은행업무 처리나 문의 응대에 집중하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형태의 영업점 실험은 국내 은행권에선 처음이다.

이번 개편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기획했다. 현실적으로 수익 창출보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일부 영업점은 모든 은행의 공통 고민거리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신한은행 영업점은 876개. 이 중 영업점을 운영하는 데 드는 각종 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밑지는 장사’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쉽게 영업점을 없애지 않는 것은 금융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서다.

이런 영업점은 과감하게 실적 경쟁에서 제외하고, 사회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운영 목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게 진 행장 생각이다. ‘영업점은 무조건 실적을 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관행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다. 각 영업점의 방문자 수와 대면 거래 비중을 분석하고 현장을 점검한 뒤 첫 실험 대상으로 다섯 곳을 선정했다.

만 40세 젊은 지점장 배치

진 행장은 직원들에게 틈날 때마다 “고객 중심으로 영업체계를 갖추기 위해 기본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행장이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정한 경영 핵심 목표도 ‘고객 가치’다. 고객의 자산관리를 넘어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신뢰가 쌓여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거란 판단이다. 진 행장은 이번 영업점 개편과 관련해서도 “고객을 중심으로 주변 이웃,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영업점에는 지점장도 색다르게 배치했다. 전 직원에게 이 같은 방식의 영업점 개편을 알린 뒤 차장급까지 대상을 확대해 지점장을 공모했다. 통상 차장, 부지점장을 거쳐 50대쯤 지점장이 되는 기존 체계를 깨뜨린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영업점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경쟁률은 50 대 1까지 치솟았다. 선발된 지점장 중에는 만 40세도 있다.

신한은행은 이 체제를 1~2년간 시범 운영한 뒤 다른 점포로 확대 적용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해당 영업점을 사회적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표 모델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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