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하정우X김남길 '클로젯' 놀랍지만 무섭지 않다

입력 2020-02-04 09:07   수정 2020-02-04 09:09



의도는 좋았다.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판받는 한국 영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자며 같은 학교 출신들이 뭉쳤다. 이들의 뜻에 동의한, 평소 친하게 지냈던 배우까지 합세했다. 결과물만 잘 나왔더라면 한국 영화의 긍정적인 순작용이라고 칭송받을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김광빈 감독이 가져온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면 제작이나 출연도 고민해 봤을 것"이라고 답한 하정우의 말은 영화가 태생적으로 가졌던 한계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클로젯'의 이야기다.

'클로젯'은 새로 이사 한 집 벽장에 악령이 깃들었다는 설정이다.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후 악령의 정체를 찾아 나서는 아빠의 고군분투기가 영화의 주요 줄거리다. 하정우는 아내가 사고로 죽은 후 육아를 떠맡게 된 워커홀릭 아빠 상원 역을 맡았고, tvN '마더'로 놀라움을 줬던 배우 허율이 500대1 경쟁률을 뚫고 딸 이나 역으로 출연했다. 여기에 지난해 SBS '열혈사제'로 연말 연기대상 대상을 거머쥔 김남길이 사라진 아이들을 찾는 퇴마사 경훈을 연기했다.

출연 배우들만 놓고 본다면 기대감을 자아낸다. 문제는 진부함이다. 숲속 외딴 집, 겉으로는 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다운 집이지만 묘한 기운이 감돌고, 동물들은 이상 행동을 한다. 같은 설정의 영화를 찾는 다면 수십편이 나올 만큼 너무나 익숙한 클리셰다.

서양의 공포물이 애용했던 옷장에 깃든 악령 퇴치를 위해 부적과 볏짚 인형을 이용한다는 한국적인 샤머니즘을 가미하고, 1998년 IMF로 인한 가정의 붕괴를 비극의 시작으로 설정했다는게 '클로젯'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면 시도다.

"우리 영화는 무섭진 않고 놀라는 장면은 있다"는 김남길의 말처럼 '클로젯'은 귀신이 나오는 영화지만 무섭지 않다. 귀신을 부르는 의식을 진행할 때마다 붉은 피가 등장하고, 우유 속에 금붕어가 나오는 등 엽기적인 장면도 나오지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움은 아니다.

오컬트가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인 기대감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배우들의 연기도 아쉬움을 남긴다.

하정우는 시종일관 피곤하다. 런닝 타임 내내 미간에 힘을 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딸과 관계도 어색하다. "부녀간의 어색함은 의도한 것"이라고 하정우는 설명했지만, 초반에 쌓인 서사가 전무하다보니 왜 아빠가 딸이 사라진 후 그토록 애타게 찾아 나서는지 근본적인 의문조차 해결되지 못한다.

하정우는 연출자인 김광빈 감독의 학교 선배다. 또한 '클로젯'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하정우와 김광빈 감독은 영화의 또 다른 공동 제작자인 윤종빈 감독이 졸업 작품으로 연출했던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동시 녹음 스태프와 주연 배우로 만났다.

16년 전 촬영장을 함께 다니면서 "나중에 한 작품에서 만나자"는 그들의 약속은 지켜졌다. 하지만 영화는 상업 예술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의리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러닝타임 98분. 15세 관람가. 오는 5일 개봉.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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