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원 골퍼 "벙커샷만큼은 '여자 탱크'…K골프 신인왕 계보 이을 것"

입력 2020-02-03 15:47   수정 2020-02-04 03:39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9시즌이 막바지를 향하던 지난해 말. LPGA투어에 ‘K골프 슈퍼루키’ 대가 끊겼다는 말이 나돌았다. ‘대세’ 최혜진(21)이 국내 잔류를 선언하면서다. 한국 선수들은 5년 연속 LPGA 신인상을 휩쓸던 터였다.

그즈음 전지원(23)이 ‘깜짝’ 등장했다. 전지원은 2020시즌 L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일사천리로 통과했고,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톱20(공동 16위)’에 들어 풀시드를 따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매니지먼트 IMG사에서 만난 전지원은 “(재미동포) 예리미 노와 태국의 패티 타바타나킷 등 쟁쟁한 경쟁자가 있어 신인상 수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안다”며 “하지만 자신이 있다.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호주·미국서 ‘나홀로’ 골프유학

전지원은 국내 팬들에게 다소 낯설다. 외국에선 여러 차례 시험무대를 거쳤다. 생각지도 못했던 ‘나홀로 골프유학’을 떠나게 된 계기는 2012년 연습 삼아 출전했던 국내 주니어대회였다. 여기에서 덜컥 우승해 상품으로 걸려 있던 골프 명문 호주 힐스국제학교 1년 연수권을 받았다. 호주에서 빠르게 적응한 그를 보고 학교 측은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원했다. 졸업 후에는 미국 데이토나주립대에 진학해 2년간 5승을 올리며 2017 미국주니어대체육협회(NJCAA)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실력을 인정받아 앨라배마대에 스카우트된 후에는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세계랭킹을 3위까지 찍었다. 결국 꿈에 그리던 LPGA투어 진출까지 이뤄냈다. 먼 타국에서 부모 없이 ‘홀로서기’로 이룬 성과다. KB금융그룹은 전지원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후원 계약을 결정했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셨지만, 국내에서 골프를 배우는 저를 넉넉히 후원해주실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 호주로 건너갈 기회를 잡은 거죠.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니 길이 보이더라고요. 학교에서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어디에서 용기가 나왔는지 덜컥 남겠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미국까지 혼자 건너가게 됐고. 혼자 살면서 스스로 사는 방법을 일찍 터득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을지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다고 자부해요.”

“벙커샷, 러프샷보다 편해”

키가 158㎝인 전지원은 드라이버로 240m 정도를 보낸다. 동갑내기인 이다연, 이소영 같은 장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린 주변 쇼트게임에는 자신이 있다. 여자 골퍼로는 드물게 피칭과 50도, 56도, 60도 등 웨지를 4개나 사용한다. 60도 웨지는 그가 아끼는 보물이다. 가장 자신 있는 벙커샷을 할 때 사용하는 클럽이어서다. “그린 주변에 공이 떨어지면 러프보다 벙커가 편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50)처럼 그도 해변에서 벙커샷을 연습했다. 최경주가 완도 백사장 모래를 파내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했듯, 전지원도 충남 안면도 인근 소도섬 바다 옆에서 벙커샷을 하며 꿈을 키웠다.

“방학 때마다 외할머니댁이 있는 소도섬에 놀러갔는데, 아직도 볼 한 포대를 둘러메고 배를 탔던 기억이 나요. 벙커샷 실력은 정말 연습량과 비례하는 것 같아요. 벙커세이브율이요? 아마추어 땐 절반 이상은 (파)세이브한 것 같은데요. 앨라배마 코치가 ‘지도자 30년 넘게 했는데 벙커샷은 네가 1등’이라고 칭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지원은 오는 6일(한국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13번 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리는 ISPS 한다 빅오픈에서 LPGA투어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제2의 고향과도 같은 호주에서 데뷔전을 하게 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 호주인들이 산불로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꼭 좋은 성적을 내 (기부 등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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