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인데…처벌규정 없다며 단속 손놓은 정부

입력 2020-02-03 15:56   수정 2020-02-04 03:30

“KF94 1만6900장, KF80 10만 장 이상 팔아요. KF94는 개당 1960원.”

3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마스크 시장’이 열렸다. 수십 개의 마스크 판매 오픈채팅방에 보건용 마스크를 대량으로 거래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참가자 수가 약 240명인 한 채팅방에서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올라온 ‘판매 문의’ 수량은 중복을 제외하고 1508만 장 이상. 정부가 추산한 하루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인 1007만 장의 1.5배 수준이다.

일부 유통업자의 사재기로 마스크 가격이 뛰는 등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정부도 경찰도 지방자치단체도 속수 무책이다. 현행 규정에는 마스크가 사재기 단속규정이 아니어서 적발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제정해 늦어도 오는 2월 6일 공포하겠다”고 했지만, 6일 이전의 사재기 행위는 처벌할 수 없는 데다 이미 사재기 현상이 극도에 달한 상황이어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채팅방은 “마스크 팔아요”, 마트는 ‘품절’

이날 ‘마스크중개소’라는 이름의 오픈채팅방에는 “인천의 한 생산업체 창고 문을 오후 3시부터 열겠다” “경기도 공장에서 나간다”는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정식으로 중국에 마스크를 수출하고 싶다”는 판매자도 있었다. 이 채팅방의 주 거래품인 KF94 마스크의 시세는 장당 1700~2200원에 형성됐다.

온라인에서 이런 거래가 이뤄지는 사이 마스크를 파는 약국과 대형마트에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5가역 인근의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주에도 웃돈을 주고 겨우 마스크를 사와 팔았는데 이번주는 그마저 어렵다”며 “거래처인 제약사들은 2월 계약이 다 차 약국에 줄 물량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일부 대형마트도 재고 물량을 소진했거나 ‘1인당 2박스’ 등으로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공급 부족 탓에 마스크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가격 비교 플랫폼 다나와에 따르면 국내 업체 6곳의 방역용 마스크 평균 거래 가격은 이번주 장당 2224원을 기록했다. 지난주 716원보다 210% 올랐다.

6일 이후 처벌 가능할 듯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는 지난달 31일부터 민생사법경찰단(특별사법경찰)을 통해 마스크 사재기 행위 등을 처벌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는 소비자신고센터를 운영해 이날까지 위생 제품 관련 사재기 신고 155건을 접수했다. 하지만 처벌은 불가능하다.

현행 물가안정법에 따르면 사재기 등의 단속 대상을 기재부 장관이 고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마스크는 단속 대상에서 빠져 있다. 경찰도 마스크 매점매석 관련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관련 법상 기재부에서 고발을 요청해야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일부 유통 단계에서 매점매석과 거래 교란 행위 등으로 불안이 야기됐지만 수급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향후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의료용품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공포하기로 한 6일 이후에야 지자체가 사재기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주현/노유정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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