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옛날이여" 재기 노력에도 고전하는 '추억의 폰' [김은지의 텔레파시]

입력 2020-02-05 12:29   수정 2020-02-05 15:06

[편집자주] 정보기술(IT)의 바다는 역동적입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기술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넘실대는 통에 깊이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의 보다 즐거운 탐험을 위해 IT의 바다 한가운데서 매주 생생한 '텔레파시'를 전하겠습니다.


2000년대를 휩쓴 '추억의 그 폰'이 옛 영광 재현에 나섰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바마 폰'으로 유명세를 떨친 블랙베리는 단종을 눈앞에 뒀고, 폴더블폰 '레이저'로 재기를 노리는 모토로라는 제품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 업체들이 나란히 위기에 놓인 가운데 국내 업체로는 폴더폰과 '맷돌춤'으로 당시 1020세대, 광고계를 호령했던 스카이(SKY)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3G 폴더폰에 이어 무선 이어폰, 보조배터리 등 주변기기로 시장을 확대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최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오는 8월 31일 중국 TCL과 파트너십 계약을 종료하고 더이상 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랙베리는 캐나다 리치인모션(RIM)이 만든 스마트폰 브랜드로 '쿼티'(QWERTY) 자판과 뛰어난 보안성이 특징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면서 '오바마 폰'이란 별칭이 붙었다.

2008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약 20%로 업계 1위였지만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자 몰락의 길을 걸었다. 터치스크린 시대 개막에 쿼티 자판은 맥을 추지 못했다. 게다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생태계 개화는 폐쇄적 OS를 고집한 블랙베리를 나락으로 내몰았다.

2016년 TCL이 블랙베리를 넘겨받으며 명예 회복에 나섰지만 끝내 TCL마저 손을 떼면서 블랙베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폴더블폰 레이저로 전설의 귀환을 알린 모토로라도 사정이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모토로라는 오는 6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위아래로 접히는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 레이저를 출시한다.

과거 전성기를 이끈 피처폰 '레이저'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목표로 똑같은 이름과 디자인을 이어받았다. 피처폰 레이저는 2004년 출시 후 글로벌 시장에서 1억3000만대가 팔리며 미국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휴대전화에 오른 바 있다.

모토로라 역시 스마트폰 시장 적응에 실패하며 도태됐다. 2006년 21.2%에 달했던 시장 점유율은 2014년 2.8%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시장에서는 2013년 철수했다.

때문에 폴더블폰 레이저의 성공 여부는 모토로라의 부활과 직결된다. 새롭게 출시한 레이저가 시장 반응을 얻지 못하면 모토로라의 재기도 난망해진다.


새로운 레이저는 작년 11월 출시 계획이 발표된 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힌지(경첩) 부분 결함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접히는 부분의 디스플레이가 손톱으로 들리는 등 틈이 벌어진다는 지적. 트위터, 유튜브 등에는 레이저의 힌지 결함에 대한 리뷰가 여럿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역시 힌지 결함으로 갤럭시 폴드 출시를 수차례 연기했었다. 모토로라는 레이저의 힌지 결함 논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눈길을 끈다. 모토로라는 북미에서 1500달러(약 178만원)에 레이저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북미 지역 외 출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폴더블폰으로 재기의 '한 방'을 노리는 모토로라와 달리 2000년대 국내 시장을 주름잡던 스카이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모양새다.

스카이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레텍이 1999년 선보인 프리미엄 휴대폰 브랜드다. 2005년 팬택으로 인수된 후 메가 히트작을 줄줄이 냈다. '맷돌춤 광고'로 유명한 PMP폰, 국내 최초 슬라이드폰 등이 스카이 제품이다.


1020세대의 아이콘이던 스카이도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며 부침을 겪었다. 이후 착한텔레콤이 지난해 스카이 브랜드에 대한 독점 권한을 얻으며 회생에 착수했다. 스카이서비스센터를 인수하고 기존 팬택 인력도 승계받았다.

착한텔레콤은 작년 9월 스카이 3G 폴더폰을 출시했다. 수험생과 유년층, 노년층을 주고객으로 삼았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과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작년 12월에는 무선이어폰, 올 1월에는 보조배터리를 연달아 출시했다. 무선이어폰 '스카이 핏 엑스'는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3만원대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든 결과였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삼성·LG전자와 유사한 스펙, 유사한 가격으로 승부하긴 어렵다. 스카이의 전략은 가성비"라며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올해 인력 보강, 외부 협력 확대를 통해 확실하게 변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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