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도시 우한…몇 시간 걸어 병원 가도 "병상 없다" 내쫓아

입력 2020-02-06 17:13   수정 2020-05-06 00:02


“고열이 나서 병원에 가려 해도 대중교통이 모두 끊겨 몇 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에선 ‘자리가 없다’며 돌려보냈다. 아버지는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 돌아가셨다.” “우리 어머니는 1주일 동안 병원 여섯 곳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키트가 부족하다고 할 뿐,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20(한국의 119)에 전화를 걸어봐야 ‘먼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는 메시지뿐이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3일 진원지인 인구 1100만 명의 우한을 봉쇄한 지 6일로 보름째가 됐다. 이날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사망자의 70%인 414명이 우한에서 나왔다. 우한을 둘러싸고 있는 후베이성의 사망자가 전체의 97%다.

전염병 공포와 정부에 대한 분노, 절망과 무기력이 우한시를 휩쓸고 있다. “중국이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한 지방을 희생시키고 있다”(블룸버그통신)는 지적까지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6일 0시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2만8018명, 사망자는 563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3694명, 사망자는 73명 늘었다. 중태인 환자가 3859명에 달해 앞으로 사망자는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명 피해는 대부분 후베이성, 특히 우한에 집중돼 있다. 우한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만117명과 414명으로 치사율이 4.1%에 달한다. 후베이성의 사망률은 2.8%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전체의 치사율은 0.2%다. 우한의 사망률이 중국 전체의 20배를 넘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의 봉쇄 이후 우한 시민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대부분 시민이 치료는커녕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2세 허전 씨는 NYT에 “주유소가 모두 문을 닫아 자동차가 있어도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예방을 위한 마스크는 이미 동이 났고 식료품마저 떨어져가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백혈병을 앓는 딸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하는 50대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우한 시민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지 실상과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알리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병원 복도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 사진을 올린 뒤 “열이 난 지 사흘째인데 할아버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며 “정부는 우리 모두가 이렇게 죽을 때까지 방치할 작정인가”라고 적었다.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유튜브와 트위터 등 해외 미디어에 우회접속하는 이도 많다. 우한 시민 팡빈 씨는 한 병원에서 5분 동안 여덟 구의 시신이 실려나가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뒤 공안(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이번 우한 폐렴 확산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우한시중심병원의 의사인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온 환자 7명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증상을 보여 격리됐다는 소식을 웨이보에 올렸다가 우한 경찰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우한 당국은 이후에도 ‘이번 폐렴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적다’는 식으로 정보를 통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4만 가구가 참석하는 춘제(중국 설) 맞이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의 쉬장룬 법학과 교수는 해외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을 통해 “확산 초기에 의료계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국이 억눌러 사회에 조기 경보를 울릴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쉬 교수가 이번 글에서 시 주석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을 일컫는 용어인 ‘핵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를 비판했다. 인권운동가인 쉬즈융은 “무역전쟁, 홍콩 시위, 우한 폐렴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텐센트는 지난 1일 ‘유행병 상황판’ 웹페이지에 우한 폐렴 확진자 15만4023명, 사망자 2만4589명으로 표시해 실수인지, 중국 정부의 다른 통계가 있는지 논란을 낳고 있다. 대만의 타이완뉴스는 중국 네티즌이 텐센트가 실제 통계를 실수로 있는 그대로 내보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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